서울옥션 제 183회 미술품 경매
안중근 <녹죽(綠竹)> 1910년 2월, 종이에 먹, 69.3x34cm
추정가 3억~6억 원
낙찰가 9억 4천만 원
광복 8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가들의 작품을 많이 올렸던 이번 서울옥션 경매에서 안중근 의사의 유묵 한 점이 추정가를 훨씬 뛰어넘은 9억 4천만 원에 낙찰됐다.
안중근(1879-1910)은 1909년 10월 26일 만주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고 체포, 1910년 2월 7일 시작된 공판으로부터 일주일 후 14일에 사형을 선고받고 3월 26일에 여순 감옥에서 사형집행되며 짧은 생을 마감한다. 감옥에 갇혀 있으며 재판을 하는 동안 그는 항소를 하지 않고 결과를 받아들이며 저술 활동 등을 했는데, 법원과 감옥 내의 사람들이 쉴새없이 글씨를 부탁했다고 기록으로 전한다.
"...그때 법원과 감옥의 일반 관리들이 내 손으로 쓴 글로써 필적을 기념하고자 비단과 종이 수백 장을 사 넣으며 청구하였다. 나는 부득이 자신의 필법이 능하지도 못하고, 또 남의 웃음거리가 될 것은 생각지도 못하고서 매일 몇 시간씩 글씨를 썼다..."
전해지는 안중근의 글씨는 대부분 1910년 2월 15일부터 3월 사이에 쓴 것으로, 3월에 쓴 글씨들이 훨씬 많다. 사형을 선고받은 2월달의 글씨. 푸른 대나무와 같은 기상으로 민족이 살아남길 바라는 뜨거운 마음이 절절한 글씨는 보는 사람들의 마음에 큰 파장을 일으킨다. 그렇게 보면 아직 저평가된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