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옥션 제183회 미술품경매
원오리사지 소조보살입상 2점 일괄, 고구려, 높이 각 17.6cm, 17.3cm
추정가 3,000만~6,000만 원
낙찰가 1억 1,100만 원
흙으로 빚어 구운 고구려의 보살상 두 점이 경매시장에 등장해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높이가 18cm가 조금 안 되는 작은 크기로 앞쪽에서 보면 입체 조각이지만 뒷면은 판판해 반 부조 형식의 입상이다. 이 불상과 동일한 형태의 보살상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데, 이것은 평안남도 평원군에 있는 원오리사지(元五里寺址) 출토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37년 일제강점기에 발굴이 이뤄진 원오리사지에서 출토된 소조 불상과 보살상에 대해서는 연구가 꽤 되어 있는 편이다. 아마도 불상은 천불상(千佛像)으로 조성된 것의 흔적이라고 여겨지고 있는데, 북위(北魏) 후기에서 동위에 이르는 시기의 중국 불교조각 양식과 비교되면서 6세기 작품으로 편년된 바 있다. 보살상도 마찬가지.
참고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보살입상들은 도제불상범, 또는 도범(陶笵)이라고 부르는 불상틀, 거푸집을 이용해 찍어냈다. 이 경우 앞면만 있는 편면범片面笵을 사용해서 앞면을 만들고 뒷면은 대나무칼로 정리하여 마무리하고 저온에서 소성한 다음 표면에 채색한 것이다. 도범에 흙을 밀어 넣어 성형한 소조불상은 ‘니불(泥佛)’이라고도 불리는데, 불상의 대량생산이 가능하니, 옛날에는 천불상 등을 만들 때 많이 사용했다.
참고사진, 소조 불상범, 고구려, 평양 토성리 출토, 높이 18cm, 평양중앙력사박물관
출품된 두 점의 보살입상은 정밀함의 차이는 있으나 같은 틀에서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연화대 위에 똑바로 서고, 시무외인, 여원인의 수인을 취하고 있다. 은은한 미소를 띈 얼굴, 둥글고 좁은 어깨에 걸쳐진 천의는 팔에 살짝 걸친 후 다리 앞에서 교차되며 드레이프 주름을 만들어낸다. 채색의 흔적도 약간 보인다.
흙으로 빚어진 깨지기 쉬운 작은 보살상이 천오백년의 세월을 견뎌 이곳에 왔음을 생각하면 그리 높은 가격은 아닐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