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옥션 제 39회 미술품경매(2025.9.5)
소정 변관식 <무릉도원(武陵桃源)> 1965년(을사), 종이에 먹과 담채, 65x51.5cm
추정가 500만~1,300만 원
한반도의 전통 산수화는 사진이나 일본화, 서양화 같은 새로운 미술이 유입될 때 충격에 가까운 진동이 있었을 것이다. 산수화가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관념적인 면이 이러한 외부 충격에 반응을 보이는 양상, 사실성을 추구하면서도 전통 산수화의 경계선을 넘지 않고자 했던 의도 같은 것들이 20세기 전반의 근대산수화를 바라보는 재미를 줄 수 있다. 당시 가장 큰 영향력이 있었던 청전 이상범과 함께(그와 대비되는) 소정(小亭) 변관식(卞寬植, 1899-1976)의 산수화는 한국 근대 실경산수의 중요한 한 면을 차지한다. 이어서 한국전쟁 이후 서구의 추상미술이 한반도 미술계를 장악할 때 한켠에서 계승의 임무를 다하고자 했다.
소정은 시서화동원의 전통을 이어가면서 전통적 산수를 독자적 필치로 현대의 풍경산수로 재해석해냈고, 완숙기인 1960~1970년대 금강산을 비롯한 실경산수에서 획과 중첩, 형상과 공간 등을 화폭에 새롭게 펼쳐냈다.
칸옥션에 나온 1965년작 <무릉도원>은 현실의 장소를 그려낸 것이다. 우상단의 화제에서 이를 알 수 있다.
幾家茅屋水邊村 花落春潮夕到門
溪上數峰靑似染 居人說是武陵源
물가 마을에 몇 채의 띠집이 있는가, 꽃 지자 봄 물결이 문 앞까지 이르렀네
개울가 몇몇 봉우리는 물들인 듯 파란데, 거기 사는 사람들은 이곳이 무릉도원이라 하네
물가 절벽을 낀, 세상과 동떨어져 몇 채의 초가가 모여 이룬 작은 마을의 모습을 표현했다. 중첩된 먹선으로 산세와 소나무를 표현해 전체적으로 묵직한 느낌을 준다. 심한 갈필은 아니지만 역시 물기는 많은 편이 아니어서 더 한국적인 풍경 표현에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