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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아트 옥션] 매일 바꿔 끼워 감상하는 즐거움(2025.9.4)

마이아트옥션 (2025.9.4.)
구룡산인 김용진 외 6인, <7인의 서화 10폭> 나무에 조각, 종이에 수묵담채, 종이에 먹, 각 36x6cm
추정가 200만~400만 원

책상 앞에 걸어두고 눈 쉴 때마다 바라볼 작은 그림들을 준비해 두는 마음은, 스마트워치의 화면을 교체해 매일 다른 시계를 차는 느낌을 얻고자 하는 마음과 비슷한 것일까. 


출품된 소품은, 세로로 긴 벽걸이 장식용 나무틀에 규격화된 10개의 그림판을 바꿔 끼워 넣도록 한 세트로 구성되어 있어서 소소한 감상용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김용진 외에 소전 손재형, 철농 이기우, 남농 허건 등 유명 근대서화가가 참여한 작품이다. 오른쪽부터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1) 철농 이기우(1920-1993)의 전서
修身齊家治國平天下 수신제가치국평천하                               
新浦先生淸囑 신포 선생의 부탁으로 쓰다.                               
己亥首春, 鐵農李基雨. 기해년(1959) 초봄, 철농 이기우. 

(2) 남농 허건(1907-1987)의 고사인물도
撫孤松而盤桓 외로운 소나무 어루만지며 서성거리네
(도연명 귀거래사 일부)

(3)~(5) 동강 정운면(1906-1948)의 화조 및 산수 담채화
歲寒三友 세한삼우 
甲申元朝, 畵於自怡山莊雪牕下茶香初濃處. 
갑신년(1944) 정월 초하루에 자이산장의 눈 내리는 창가 차 향기가 막 짙어지는 곳에서 그리다.  
東岡外士. 동강외사. 


(6) 소전 손재형(1902-1981)의 전서 시고
淸晨入古寺 맑은 새벽에 옛 절에 들어가니
初日照高林 처음 솟은 해는 높은 숲을 비추는데
竹徑通幽處 대숲 오솔길은 그윽한 곳으로 통하고
禪房花木深 선방에는 꽃과 나무가 우거졌네1)
庚午之夏日, 素筌居士撫古. 경오년(1930) 여름날, 소전거사가 옛 글씨를 임모하다.  

(7)~(8) 수운 김용수(1901-1934)의 그림 두 폭
己巳小雪中, 首雲道人寫. 기사년(1929) 소설에 수운도인이 그리다.
青蓮居士謫仙人 청련거사는 귀양 온 신선으로
酒肆藏名三十春 술집에 이름을 숨긴 지 삼십 년일세
湖州司馬何須問 호주사마는 무엇때문에 물어보는가 
金粟如來是後身 금속여래의 후신이 바로 나인 것을 
己巳小春, 首雲道人. 기사년(1929) 소춘(小春, 10월), 수운도인. 

(9) 구룡산인 김용진(1878-1968)의 묵죽괴석도

(10) 일본인 작가의 운룡도

각 그림의 크기는 36×6cm. 이 크기는 일본 전통 문화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단자쿠(たんざく, 短冊)와 같다. 
폭 6cm 길이 36cm 정도의 좁고 긴 종이에 와카, 하이쿠 등의 시가, 한시 등을 쓰는 서첩 형식의 종이를 단자쿠라고 하는데, 여러 작가의 글씨를 모아서 감상용으로 편집해 만든 첩이 단자쿠 데카가미(短冊手鑑)다. 금은박이나 색사 등으로 종이판 가장자리나 뒷면을 장식한다. 

출품작은 192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제작 연대가 다양하다. 일본인 작가와 한국의 작가들이 모여 만든 합작이라기보다는 단자쿠 종이에 그려진 것들을 모아 나중에 합친 것으로 보인다. 일본 문화 물씬 풍기는 이 작은 수집품은, 당시에 일본 문화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고 또 받아들이고자 한 측면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업데이트 2025.09.03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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