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옥션 2025년 10월 29일 메이저경매
도상봉 <라일락> 캔버스에 유채, 50x60.6cm(12호)
추정가-별도문의
백자에 대한 한국인들의 애착은 연구 대상이 아닐까 싶다. 백자 안에 가장 농후한 민족 정서가 깃들어 있어서(최순우)일까? 사실 근대 이전의 백자는 공예의 양쪽 용도 중 실용성에 더 방점이 찍혀 있었을 것인데, 김환기 같은 예술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백자를 예술로 끌어올린 면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도상봉(1902-1977)의 경우 대표적 작품인 꽃을 그린 정물에서 주인공은 꽃이지만 백자가 지닌 탄탄한 아름다움을 바탕으로 삼지 않았다면 과연 걸작으로 꼽힐 수 있었을까.
도상봉은 1930년대 들어서 본격적으로 작품 안에 백자를 넣기 시작해 1950~60년대에 가장 완숙한 형태를 보여준다. 도자기를 보는 안목이 좋아 김환기는 도상봉의 영향으로 도자기 수집을 시작하기도 했고 함께 골동상을 다니며 구입할 때 도상봉에게 물어볼 정도였다고 한다.
경매에 올라온 이번의 <라일락>은 어깨가 풍만한 백자항아리에 연보라 기운을 띤 라일락이 자연스럽게 꽂혀 있는 모습을 그렸다. 가지째 꺾어 수수한 백자에 막 꽂아 놓은 듯한 모습에 고집스런 아카데믹한 시선과 구도에서도 향기가 피어나는 것 같은 작품이다. 조선 백자의 소박한 형태와 색채, 그리고 주변의 아름다움을 선택해 들여와 한국적 정서를 서양화 재료로 표현하기를 지속적으로 탐구했다. 보편적인 아름다움 너머에 있는 무엇인가를 발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 의해 꾸준히 사랑받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