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회 마이아트옥션 경매(2026.2.13.)
겸재 정선 <여산초당도> 종이에 먹과 담채, 21.7x27.8cm
추정가 1억~2억 원
낙찰가 1억 4,500만원
조선시대 문인들에게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 772-846)는 위대한 시인으로 받아들여지기보다는 청렴한 관료이자 은거하며 평온한 만년을 보낸 풍류적인 인간으로서 인기 있는 모델이었다. 중국의 명산 여산(廬山)에 소박한 거처 여산초당을 짓고 거기에 머물며 그는 자연 속 삶을 즐기며 시를 창작했다. 그러니 여산초당이라는 곳은 삶의 방식이나 사상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지난 달 고미술 경매시장에 등장한 겸재 정선의 산수인물도는 여산초당과 백거이를 그린 작품이었다.
겸재 정선(1676-1759)이 문인적 소양을 발휘하여 제작한 고사인물도다. 속세를 떠나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구현했는데, 백거이의 여산초당기에서 초당 주변의 계곡과 숲의 그늘을 표현한 부분을 찾아볼 수 있다.
又南抵石澗,夾澗有古松老杉,大僅十人圍,高不知幾百尺
더 남쪽으로 가면 돌로 된 계곡에 닿는다.
계곡 양쪽에는 오래된 소나무와 삼나무가 서 있는데,
굵기가 열 사람이 둘러야 할 정도이고, 높이는 몇 백 척인지 알 수 없다.
修柯戛云,低枝拂潭,如幢豎,如蓋張,如龍蛇走。
긴 가지는 구름에 닿을 듯하고, 낮은 가지는 못의 물을 스친다.
그 모습은 깃발이 솟은 듯하고, 덮개가 펼쳐진 듯하며, 용과 뱀이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듯하다.
松下多灌叢,蘿蔦葉蔓,駢織暢澡,日月光不到地,
소나무 아래에는 관목이 빽빽하고, 덩굴과 넝쿨이 서로 얽혀 촘촘히 뒤덮여 있어,
햇빛과 달빛이 땅에 닿지 않는다.
盛夏風氣如八九月時,下鋪白石,為出入道。
한여름에도 바람과 기운이 마치 가을(8~9월)과 같고, 아래에는 흰 돌을 깔아 드나드는 길로 삼았다.
그림 좌측에 초당의 울타리인 듯한 모습만 표현하고, 계곡 좌우로 울창한 수목을 표현했다. 물 위의 돌다리를 건너가 웃통을 훌러덩 벗고 시원함을 만끽하는 한여름 백거이의 모습을 상상해 표현했다.
여산초당도는 대개 깊은 산 속의 호젓한 초당을 중심으로 그리게 마련인데, 독특한 구성이라 할 수 있다. 겸재 정선의 대표작 중 하나인 간송소장 <여산초당도>(보물)과도 완전히 달라서 흥미롭다. 겸재가 남긴 여러 그림들 중에 중국적인 화풍을 기반으로 하는 정형적인 산수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와중에도 진경산수를 그릴 때의 개성적 필묵법을 적용했으며, 채색이 많이 들어가 있다는 특징을 보인다.
겸재 정선 <여산초당도> 종이에 먹과 채색, 125.5x68.7cm, 간송미술문화재단, 보물 1953호
경매에 올랐던 <여산초당도>에는 상단에 ‘白家夏天床席(백거이 집의 여름날 평상)’ ‘烟客(연객)’이라고 되어 있다. 연객 허필(烟客 許佖, 1709-1768)의 화제인 듯한데 내용도 글씨도 다소 심심하다.
이 그림은 강서구립 겸재정선미술관에 소장된 겸재 정선의 <피금정도>와 유사점이 많다. 크기나 구성 형식, 연객의 화재 등등. 같은 화첩에 묶여졌었던 그림일 가능성이 크다.
겸재 정선, <피금정도> 종이에 먹과 담채, 21.1x27.7cm, 겸재정선미술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