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조선, 병풍의 나라 2(Beyond Folding Screens 2)》 전시기간 : 2023.1.26 ~ 2023.4.30 전시장소 :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조선, 병풍의 나라 2>(1.26.-4.30)전이 열리고 있다. 조선조 말부터 20세기 초반에 이르는 시기에 그려진 병풍화의 정수를 만날 수 있다. 전시 제목에 나와있듯 이번 전시는 2018년 개최된 <조선, 병풍의 나라> 이후 5년 만에 열리는 두 번째 병풍 전시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자체 소장품과 15개 기관 및 개인이 소장한 작품을 포함해 약 50점의 병풍화가 선보이고 있다.
2018년 전시에 10여 개 기관에서 출품한 76점이 선보였던 것에 비하면 전시작은 줄고, 전시에 협조한 기관은 늘었다. 이를 다르게 보면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소장품보다 외부 기관 소장품 비중이 더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번 전시에는 울산박물관 소장의 <호렵도 여덟 폭 병풍>(18세기), 여승의 고깔을 책가도의 유리병 표현을 그대로 차용한 온양민속박물관의 <구운몽도 여덟 폭 병풍>(19세기), 고려대박물관의 <평생도 여덟 폭 병풍>(19세기 초) 등 호렵도나 구운몽도나 평생도의 대표 유물이라고 할만한 작품을 불러모았다. 또 주최측도 2021년 2월 경매를 통해 수집한 이상범의 <귀로 열 폭 병풍>(1937)을 이번 전시에 선보이면서 수집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음을 확인시키고 있다.
호렵도8폭병풍, 18세기, 비단에 채색, 울산박물관
평생도8폭병풍, 19세기 초, 종이에 채색, 고려대학교박물관
귀로10폭병풍, 이상범, 1937, 종이에 수묵,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첫번째 병풍전이나 이번 병풍전이나 병풍이라는 형식이 각광받은 18세기 이후- 20세기 초반까지 제작된 병풍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다만 첫번째 전시에 비해 문자도나 민화풍 화조도나 책가도, 도석화류의 비중은 줄었다. 대신 조선조 왕궁 건물에 실제로 설치됐던 <십장생도 창호>(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 국립고궁박물관 소장품) 전폭이 전시장에 등장했고 김홍도의 작품으로 알려진 <금계도 여덟 폭 병풍>과 호피도 중 명품으로 꼽히는 <호피장막도>(19세기), <경기감영도>(삼성문화재단 소장품)나 <한궁도>(19세기 후반-20세기 초, 국립고궁박물관 소장품)등 서양의 원근법과 음영법, 조선식 계화界畵가 동거하는 모습까지 두루두루 볼 수 있다. 첫번째 전시가 병풍화라는 형식에서 다뤘던 모든 화목畵目을 다 소개했다면 두번째 전시에선 19세기를 전후해 조선의 상류계층이 소비했던 병풍화에 초점을 맞춘 느낌이다.
호피장막도8폭병풍, 19세기, 종이에 채색, 개인
한궁도6폭병풍, 19세기 후반-20세기 초, 비단에 채색, 국립고궁박물관
이를 테면 ‘전 김홍도’의 <금계도>는 창작 배경부터 정조가 일본풍 금박 병풍화를 김홍도에게 그려보라고 해서 제작됐다는 이야기가 전하는 작품으로 조선의 상층부가 외국 문물에 어떤 식으로 받아들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고, 19세기에 유행했던 청록산수풍으로 화려하게 그려진 <경직도 여덟 폭 병풍>(19세기 후반,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소장품)은 이 그림을 소비했던 주문자의 신분이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금계도8폭병풍, 전 김홍도, 19세기, 종이에 채색, 개인소장
주최측에선 이번 전시에 대해 “조선시대부터 근대기까지 제작된 병풍의 미술사적인 가치와 의의를 되새기고, 나아가 그 안에 담긴 한국 전통미술의 다양한 미감을 대중들에게 알리고자 기획되었다. 2018년 열린 <조선, 병풍의 나라>에서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을 중심으로, 그간 한국 회화사 전시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병풍뿐만 아니라,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새롭게 수집한 병풍들을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총 7개의 전시 공간을 활용하였으며, 사용 및 제작 주체에 따라 민간병풍과 궁중병풍으로 테마를 나누어 민간과 궁중으로 대별되는 병풍의 특징과 미감을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자수매화도10폭병풍, 양기훈 초본, 20세기 초, 비단에 자수,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주최 측의 말처럼 두 번의 전시에 모두 등장한 작품은 극히 적다. 양기훈이 초본을 그린 <자수 매화도>나 변관식의 <춘경산수도 여섯 폭 병풍>(1944) 정도다.
20세기 중반 한국 병풍화의 양대 산맥 노릇을 한 변관식과 이상범은 그들의 작가 경력의 피크라고 할 수 있는 1940년대를 전후해 관념화된 '전통 산수'가 아닌 한반도의 산야를 반영한 작품이 각각 두 점씩 걸렸다. 이들의 작품은 안중식 등 서화협회에서 함께 활동했던 근대서화가의 합작병풍 등과 함께 걸려 한반도의 근대와 현대의 분기점을 보여주고 있다.
홍백매도10폭병풍, 장승업, 19세기후반, 종이에 수묵채색, 개인소장
이번 병풍전2와 병풍전1의 가장 큰 차이점을 꼽자면 전시장 구성이 단순해졌다는 점이다. 가벽을 써서 동선을 늘이거나 별도의 방을 만들지 않고 모든 병풍을 최대한 펼쳐서 벽에 붙여놨다. 완전히 펼쳐서 벽에 붙인 병풍화는 벽화에 버금가는 대형 그림이다. 손바닥만한 그림이나 가늘게 늘어뜨린 족자가 조선 회화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병풍이 실생활에 사용되는 기물이지만 본질적으로 거기에 그려진 것은 조선 회화의 세계라는 것.
병풍 특유의 곡曲을 유지한 채 전시된 작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립국악원 소장의 <임인진연도 열 폭 병풍>(1902)은 곡을 유지한 채 전시됐다. 거의 모든 작품을 벽에 밀착된 펼친 상태로 보여주어 관람객이 자세히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병풍’이란 기물의 쓸모를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병풍화’라는 회화에 집중하게 만든 점에서도 <병풍전2>는 기억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