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진녕
겸재정선미술관이 국립현대미술관과 공동으로 《수묵별미: 자연과 도시》전(9.2- 11.6)전을 열고 있다. 지난해 말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렸던 《수묵별미(水墨別美): 한 · 중 근현대 회화》전이 6월부터 8월까지 베이징 중국 국가 미술관 전시를 끝내고 열리는 귀국전이자 순회전 성격이다. 다만 같은 규모는 아니고 강서구가 운영 주체인 겸재정선미술관의 기획자가 미술관의 규모와 지역민의 요구를 반영해, 국립현대미술관과 중국미술관에서 전시된 수묵별미전에 출품된 한국 작품 50여 점 중 '자연'과 '도시'라는 주제를 토대로 23점을 선정했다.
여기에는 이건희 컬렉션 5점도 포함됐다. 김기창의 <군마>, 노수현의 <망금강산>, 천경자의 <노오란 산책길>, 변관식의 <금강산 구룡폭>, 허백련의 <두백농인>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70년대 국전시대를 상징하는 원문자의 <정원>, 80년대 한국화의 변혁시도를 보여주는 오태학과 황창배, 김선두, 2000년대에 산처럼 병풍처럼 고층빌딩에 둘러쌓인 도심풍경이 '새로운 산수'라는 인식을 보여준 정재호의 작품까지 20세기 한국화의 전진과 변신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이건희 컬렉션 5점도 포함됐다. 김기창의 <군마>, 노수현의 <망금강산>, 천경자의 <노오란 산책길>, 변관식의 <금강산 구룡폭>, 허백련의 <두백농인>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70년대 국전시대를 상징하는 원문자의 <정원>, 80년대 한국화의 변혁시도를 보여주는 오태학과 황창배, 김선두, 2000년대에 산처럼 병풍처럼 고층빌딩에 둘러쌓인 도심풍경이 '새로운 산수'라는 인식을 보여준 정재호의 작품까지 20세기 한국화의 전진과 변신을 보여준다.
김기창 <군마> 1955, 종이에 먹과 채색, 212×488cm,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정재호 <황홀의 건축-청계타위, 현대오락장, 종로빌딩, 용산병원> 2006-2007, 종이에 먹과 채색, 각 194×130cm(×4), 국립현대미술관
원문자 <정원> 1976, 종이에 채색, 166×120cm, 국립현대미술관
겸재정선미술관의 송희경 관장은 "겸재 정선이 조선의 강산을 새로운 시각으로 화폭에 담았듯이, 근 .현대 작가도 다양한 시대의 변동을 경험하며 자연의 본질과 도시의 생동감을 독특한 화법으로 포착해 왔다. 23점의 걸작은 관람객에게 산수화에 표현된 이상향에서부터 현대 도시의 풍경에 이르기까지 수묵채색이 간직한 폭넓은 조형성을 알려주며, 아울러 예술적 공감과 성찰이라는 귀중한 체험까지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덕수궁관 전시 때는 중국 쪽과 공동주최 전시라 전시 작품 수가 120여 점이 넘어가면서 공간이 버거워 보이는 면이 있었는데 이번 전시는 조명이나 공간 배치 등 전시 하드웨어가 여유로워 작품에 집중하기 좋아보였다. 겸재정선쪽에서 신경쓴 것은 의외로 항온항습문제였다고 한다. 이번 전시가 열리는 1층 기획전시 공간에 국립현대미술관이 제시한 항온항습 기준을 충족시키는 설비를 이번 전시를 통해 마련했다고 한다. 지역 주민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수준의 전시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선 박물관이나 미술관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예술의전당같은 대여 전문 공간에서 열리는 상업전시에도 상시적으로 인파가 몰리고 블록버스터 전시기간이 아닌 기간에 국립중앙박물관에 외국인 관광객과 내국인이 합세해 수백 미터 대기열이 만들어지고, 주말에 주차장 입고 대기 차량으로 용산 대통령실 뒷문부터 반포대교 입구까지 일대 교통이 마비되는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2010년대 들어서 방학 기간 중 주말에는 늘 초등학생 이하 학부모의 '학습열'로 박물관 주차장 진입로에 줄이 길어진 데다 케데헌 붐이 합세하면서 '대란'이 일어난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라는 단일조직 아래 국립경주박물관 국립광주박물관 등 각 지역 박물관이 있는 쪽은 이런 관람 수요에 비교적 시의성 있게 대처하고 있다. 전문인력을 순환배치하고 중앙과 지역에서 각자 만든 프로그램을 순회 형식으로 돌리면서 질도 함께 올라가는 효과를 보고 있다.
반면 미술관 쪽은 다르다. 정부가 운영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과 과천, 청주의 '세 개 직영점' 체제이고 각 지자체마다 자체적으로 설립한 도립 또는 시립, 군립 미술관이 있다. 그래서 각 지자체마다 지자체 돈을 쓰지 않고 중앙정부가 돈을 내서 운영하는 '국립미술관 지방관 설치'를 요구가 각 지자체장의 선거공약으로 내거는 게 최신 유행이 되고 있다. '시(군)립예술회관'이라는 부동산 트로피 확보 경쟁으로 전국의 시군단위까지 거의 모든 지자체에 예술회관이 들어섰지만 그곳의 공연장이나 전시장이 화제가 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 시설을 운영하는 전문인력을 배치하거나 비용을 낼 계획도, 의지도 지자체에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시설 대부분이 먼지가 뽀얗게 쌓이며 색이 바랜 부동산 트로피로 전락하고 있다.
반면 미술관 쪽은 다르다. 정부가 운영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과 과천, 청주의 '세 개 직영점' 체제이고 각 지자체마다 자체적으로 설립한 도립 또는 시립, 군립 미술관이 있다. 그래서 각 지자체마다 지자체 돈을 쓰지 않고 중앙정부가 돈을 내서 운영하는 '국립미술관 지방관 설치'를 요구가 각 지자체장의 선거공약으로 내거는 게 최신 유행이 되고 있다. '시(군)립예술회관'이라는 부동산 트로피 확보 경쟁으로 전국의 시군단위까지 거의 모든 지자체에 예술회관이 들어섰지만 그곳의 공연장이나 전시장이 화제가 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 시설을 운영하는 전문인력을 배치하거나 비용을 낼 계획도, 의지도 지자체에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시설 대부분이 먼지가 뽀얗게 쌓이며 색이 바랜 부동산 트로피로 전락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지자체의 인식도 조금씩 바뀌는 듯하다. 노원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노원문화예술회관도 국립현대미술관과 박수근미술관 등에서 소장품을 빌려온 <다정한 마음, 고독한 영혼> 전을 위해 전시장에 최소한의 기본장비인 항온항습 장비를 갖췄다. 이런 예산 지출이 필요한 행위는 지역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거기에 돈을 쓰는 것을 이해 못하는 곳이 부지기수고, 작품 운반에 지역민이 운영하는 싸고 빠른 용달차 대신 느리고 비싸고 서울에 있는 전문회사의 무진동 운송차량을 쓰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런 현실에도 겸재정선박물관이나 노원문화재단, 국립진주박물관과 협업을 시도했던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등 작은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