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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의 꽃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 재개관

- 개인 소장가의 작품도 상설전에 초대해 주목도 높여

겸재 탄신 350주년 기념 《겸재 정선, 아! 우리 강산이여!》 전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
2026.2.26-
글/ 김진녕

2005년 10월 용산 시대를 연 뒤 20여 년이 흐른 국립중앙박물관은 늘 어딘가는 공사 중이다. 특별기획전은 물론 상설전시실도 회화실의 경우 한 해에 네 번 정도 전시물이 바뀌고 선사시대관, 삼국시대관, 세계문화관, 기증실, 백자실, 청자실, 금속공예실 등 전시실 자체를 리뉴얼하는 공사가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다. “박물관의 꽃인 그림과 글씨”(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를 전시하는 서화실이 6개월간의 공사 끝에 2월 26일 문을 열었다. ‘박물관의 꽃’이 문을 닫고 있었던 기간에 ‘케이팝데몬헌터스’와 뮷즈(국박 기념품) 바이럴이 맞물려 오히려 박물관 관람객 수는 사상최고치를 찍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물관에 대한 관심이 극장 관람이나 놀이공원 방문만큼이나 핫한 ‘경험’으로 여겨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서화실 리뉴얼로 새롭게 선보이는 방향성은 상설전시를 ‘특별기획전’만큼이나 하나의 기승전결을 갖춘 기획전 컨셉으로 대중에게 어필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서화실은 기존에도 일 년에 네 번 정도 전시 유물 교체를 진행했다. 시절 따라 봄이 되면 매화 그림이 나오고 여름이면 포도 그림, 연말을 앞두고는 장수와 행운을 상징하는 세화 등의 계절 감각이 곁들여지는 정도였다. 전시 유물 교체는 유물 보존을 위한 조치의 하나로 유물이 빛에 노출된 값(적산조도)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대개 6개월-1년 정도 수장고에서 휴지기를 취해야 하는 규정에 의한 것이다. 그래서 서화류의 유물은 3개월마다 교체가 사실상 의무화되어 있다. 

기왕에 3개월마다 이뤄진 전시유물 교체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원포인트 기획전’ 개념으로 운영하겠다는 게 박물관의 새로운 카드이다. 서화실의 기획전 개념 상설전의 첫번째 타자는 정선(1676-1759)이다. 명분은 ‘겸재 탄생 350주년’으로, 전시 제목은 《겸재 정선, 아! 우리 강산이여!》이다.

느낌표를 앞뒤로 찍을 정도로 조선 후기 미술사에서 정선은 대단한 존재감을 가진 화가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신묘년 풍악도첩> 등 보물 10건을 포함한 70건의 유물이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만으로는 화제성이 떨어질 것을 보완하기 위해서인지 몇 가지 덧댄 부분이 있다. 개인 소장으로 한두 차례 정도만 대중에게 노출되었을 뿐인 정선의 <박연폭포>와 조영석의 <설중방우도>를 본관 상설 전시에 포함시켰다. 개인 소장품을 특별기획전이 아닌 본관 상설전시장에 선보인 적은 그간 단 한 번도 없다. 성베네딕트 왜관수도원 소장의 <금강내산전도>가 국립중앙박물관에 위탁관리를 맡긴(기탁) 뒤 처음으로 전시에 등장한 것도 눈에 띈다.


정선 <박연폭포> 종이에 먹, 개인


조영석 <설중방우> 종이에 먹과 담채, 개인


유홍준 관장은 “서화실이 박물관의 핵심이다. 교과서에 실린 그림을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전시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 다음 전시에는 단원 김홍도가 중심이 될 것”이라며 다음 시즌 티저를 일부 공개하기도 했다. 단원의 60세작인 <만월대계회도(기로세련계도)>가 ‘이 계절의 명화’(season highlight)라는 이름으로 초대를 준비 중이라는 것이다. 

겸재전이 열리는 공간은 서화2실과 3실이다. 기존에 다섯 개로 나누었던 공간을 이번 공사로 4개로 만들었다. 서예실은 이번 개편으로 디오라마 수준의 전시물이 바뀌지 않는 공간에서 어느 정도 탈피할 것으로 보인다. 적산조도 제한을 받는 지류 유물 전시가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물론 이전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던 <태자사 낭공대사비>(고려 954년. 보물)은 최장수 전시 유물 타이틀을 지키게 됐다. 대신 비석 뒷편에 포스코가 후원한 <옛 글씨의 벽>이 금석문에 대한 촉각적 접근을 가능케했다는 점에서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어주고 있다. 본업이기도 한 포스코 생산 프리미엄 컬러 강판 위에 잉크를 층층이 쌓아 올리는 3D 적층 기술을 적용해 만져볼 수 있는 글씨의 벽을 제작했다.


서화1(서예)실 옛 글씨의 벽


서화 2,3실과 4실의 전시물 선정 기준에 대해 박물관 쪽에선 “기존의 시대와 장르 구분을 넘어 ‘감상’과 ‘실용’이라는 그림의 기능적 성격에도 주목했다. 순수 감상을 위한 회화와 궁중장식화, 기록화와 초상화 등 제작 목적에 따라 작품을 구분함으로써 조선 회화의 다양한 층위를 제시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현전하는 영정조 시대 이전의 회화 작품이 제한적이고 그림을 ‘여기’로 여겼던 아마추어 화가의 유물을 빼면 기존의 운영방침과 뭐가 달라질지 의아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는 1년 정도 서화실 실제 운영을 보면 풀릴 의문이기도 하다.


서화 4실


일반 관람자 입장에선 기존보다 더 ‘관람 화질’이 개선되게 느껴질 수 있는 하드웨어의 개선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4전시실의 경우 벽면 전시장을 조각조각 나누지 않아서 활용도가 높아졌고, 전시장 가운데에 놓인 캐비닛 전시관도 기존에는 유물을 수평으로 뉘어놔서 관람할 때 고개를 빼들고 전시실 천장의 조명의 난반사를 피해가며 봐야했지만 이번에는 디스플레이 각도, 조명, 유리 등에 신경 써서 편리한 점이 눈에 띄었다. 

디자이너의 취향인지 리뉴얼 공사를 끝낼 때마다 전시실이 검은색에 가까운 어두운 배경으로 바뀌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최근에 리뉴얼했던 기증실도 검은색 톤으로 내부치장을 하고, 의궤실도 내부는 물론 회랑까지 검은색 패널로 치장해, 어찌보면 박물관 건축 당시의 설계자의 의도를 해치는 것처럼 보이는 리뉴얼을 선보였다. 이번 서화실 리뉴얼에서도 벽면을 검은 빛으로 통일시키고 나무재질의 바닥재에도 검은색을 입혀 어두운 배경을 만들었다. 



업데이트 2026.03.0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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