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도솔산 선운사 : 선禪에 들고 구름에 눕다
장 소 : 서울 불교중앙박물관
기 간 : 2026.04.22~07.31
글/ 김진녕
그게 어디있는지 잘 모르는 사람도 선운사,라는 말을 들으면 ‘동백’이 떠오르거나, ‘장어구이’가 먼저 떠오르는 이가 많을 것이다. 이는 선운사라는 곳이 많은 사람이, 여러 이유로 여전히 많이 찾는 장소라는 의미일 것이다. 근대기에도 선운사가 자리한 전북 고창 일대는 소금과 곡식이 많이 나는 물산지였다. 19세기에는 고창에서 신재효라는 당대의 인기가수와 변혁 운동의 상징인 전봉준, 고창 대지주의 아들로 동아일보와 고려대를 창업한 인촌 김성수가 등장했다. 한참 거슬러 올라가면 청동기 시대의 유적인 고인돌 최대 군락지이기도 한 곳이 고창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고창 일대가 사람이 많이 몰려 살아도 감당이 될 만큼 물산이 풍부한 지역이란 얘기다.
그곳의 도솔산(선운산)에 선운사(禪雲寺)가 있다. 선운사는 백제 577년 위덕왕 24년(577년) 때 검단(黔丹)선사가 창건한 이래, 숱한 전란을 겪으면서도 한반도 남서부 지역의 신앙 중심지로 자리잡아 온 절이다. 물산이 풍부한 배후 지역을 두고, 많은 사람의 원이 모아진 사찰이라면 그 안에 쌓여왔던 문화유산도 당연히 많았을 것이다.
그곳의 도솔산(선운산)에 선운사(禪雲寺)가 있다. 선운사는 백제 577년 위덕왕 24년(577년) 때 검단(黔丹)선사가 창건한 이래, 숱한 전란을 겪으면서도 한반도 남서부 지역의 신앙 중심지로 자리잡아 온 절이다. 물산이 풍부한 배후 지역을 두고, 많은 사람의 원이 모아진 사찰이라면 그 안에 쌓여왔던 문화유산도 당연히 많았을 것이다.
불교중앙박물관에서 선운사 본·말사가 수호해 온 성보(聖寶)와 선운사와 관련이 있는 유물 등 국보 1건, 보물 11건을 포함한 총 81건 157점을 모아 전시하는 대규모 전시가 열리고 있다. 《도솔산 선운사: 선禪에 들고 구름에 눕다》전(4 22 – 7.31).
고려시대 말인 1222년에 제작된 부안 내소사 동종(국보)부터 조선 초인 태종 15년(1415년) 묘법연화경을 감싸던 사경보에 수놓아진 오리와 연꽃, 19세기에 제작된 탱화까지 도솔산 선운사에 축적된 근 천 년의 시간이 한 공간에 펼쳐져 있다. 전시물은 선운사와 개암사, 내소사 등 선운사 본·말사부터 송광사, 용문사, 불암사와 동국대 박물관과 도서관, 호림박물관, 아모레퍼시픽, 불교천태박물관, 운허기념박물관까지 여러 사찰과 기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문화유산을 아우른다.
이번 전시에서 돋보이는 전시물은 지장신앙 성지인 선운사를 상징하는 ‘삼지장보살상(三地藏菩薩像)’을 한자리에 모은 것이다. 도솔암 금동지장보살좌상, 선운사 지장보궁 금동지장보살좌상, 참당암 석조지장보살좌상 등 한 곳에 모일 일이 없었던 삼지장보살좌상들이 함께 자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운사 삼지장보살상
<도솔암 내원궁 금동지장보살좌상> <선운사 지장보궁 금동지장보살좌상> <참당암 지장전 석조지장보살좌상>
특히 일제강점기 일본에 불법 반출됐다가 되찾아온 <선운사 금동지장보살좌상>은 신앙의 대상이기도 하면서 설화 같은 신비한 이야기까지 전해지는 문화유산이 됐다.
<선운사 지장보궁 금동지장보살좌상>
1936년 일본인 2명과 조선인으로 이뤄진 도굴범들이 선운사 금동지장보살좌상을 훔쳐 일본에 팔아넘겼고, 이후 이 보살좌상을 구매한 일본인 소장자는 금동지장보살좌상과 똑같이 생긴 지장보살이 엄히 꾸짖는 꿈을 꾼다. ‘나는 본래 전라도 고창 도솔산에 있었다. 하루 속히 나를 그곳으로 보내달라.’ 매일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고 가세마저 기울자 소장자는 불상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지만 바뀐 소장자도 매일 같은 꿈을 꿨고, 우환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두 번째 소장자도 결국 이 보살좌상을 세 번째 소장자에게 매각했지만 세 번째 소장자도 같은 꿈을 꾸기 시작하고 앞선 상황을 알게 되자 결국 고창경찰서에 연락을 취했다. 이후 선운사 스님과 경찰이 일본으로 가서 1938년 11월 금동지장보살좌상을 다시 도솔산 선운사로 모셔오게 됐다고 한다.
한 자리에 모인 선운사 지장보궁 금동지장보살좌상, 도솔암 내원궁 금동지장보살좌상, 참당암 지장전 석조지장보살좌상은 모두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이다.
불상 전시물 중 17세기 목조각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부안 개암사 목조 제화갈라보살좌상>(전북유형문화유산)도 전시장에 등장했다. 보관의 화려함 때문에 더욱 커 보이는(높이 164cm) 이 대형 보살좌상으로 1656년 불모 수연 스님의 유파인 영철·밀영 스님이 조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마지막 전시실의 내소사 동종, 내소사 백지묵서묘법 연화경과 사경보, 포갑도 보는 즐거움이 큰 전시물이다.
1963년 보물 제277호로 지정된 뒤 2023년 12월 국보로 승격된 부안 내소사 동종은 높이 104.8cm, 입지름 67.2cm의 크기로 고려 후기 동종 가운데 가장 큰 종으로, 통일신라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고려의 특징이 잘 드러내는 대표작이자 기준작으로 꼽힌다.
내소사 동종, 부분
1963년 보물 제277호로 지정된 뒤 2023년 12월 국보로 승격된 부안 내소사 동종은 높이 104.8cm, 입지름 67.2cm의 크기로 고려 후기 동종 가운데 가장 큰 종으로, 통일신라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고려의 특징이 잘 드러내는 대표작이자 기준작으로 꼽힌다.
동종의 몸체에 새겨진 주종기(鑄鍾記)에는 이 동종이 원래 청림사에 봉안하기 위해 구리 700근을 사용하여 1222년에 제작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여기에서 특히 고려시대 조각가 '한중서(韓冲敍)'라는 인물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주종장으로 기록된 한중서는 13세기 전반부터 중엽까지 시위군(侍衛軍)이라는 말단 군사에서 정7품 관직으로 출세하면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내소사 동종 이외에도 고령사 청동북(1213년), 신룡사명 소종(1238년), 복천사 청동북(1238년), 옥천사 청동북(1252년) 등에서 그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종을 옮긴 내력이 담긴 이안기(移安記)도 몸체에 새겨져 있다. 본래 이 종은 청림사에 봉안되었다가 1850(철종 1)년 은사(隱士) 김성규(金性圭)에 의해 내소사로 옮겨진 후, 그로부터 3년 후인 1853(철종 4)년, 몸체에 음각으로 이안기를 새겼다.
<내소사 백지묵서묘법연화경 및 사경보, 포갑> 1415년, 부안 내소사, 보물
보물 제 278호로 지정된 ‘내소사 백지묵서 묘법연화경(白紙墨書 妙法蓮華經)과 사경보, 포갑’은 경전과 이를 보호하는 포갑(包匣)과 사경보까지 일습으로 선보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 백지묵서 묘법연화경은 1415년 이씨 부인이 남편 류근(柳謹)의 명복을 빌며 조성한 경전으로 포갑과 사경보를 포함한 일괄로 보존되어 있다. 특히 각 권마다 구름, 꽃, 새 등을 정교하게 수놓은 사경보는 고려시대의 수준 높은 자수 공예 기술을 확인시켜 준다.
사경보와 포갑 부분
선운사 관련 인물로 석전(石顚) 영호(暎湖, 1870-1948) 스님과 소치(小痴) 허련(許鍊, 1809-1892)이 전시물에 등장한다. 허련의 그림으로 전하는 <초의선사 진영>(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소장)과 고희동이 그린 <영호당화상 소영>(1925) 등은 근대회화사와 연결되는 대목이다. 특히 선운사에서 출가한 석전 영호 스님은 중앙불전 교장(1930-1938)을 역임하면서 근대불교학의 주춧돌을 놓았고, 1926년에는 전통강원의 부활을 위해 서울 개운사 대원암 강원의 강주를 역임하며 후학을 양성한 교육자였다. 또 1930년대에는 중앙불전과 개운사 강원을 통해 조종현·서정주·신석정·김어수·김달진·조지훈 등의 문인을 키워냈다. 전시장에는 그의 초상과 글씨, 한시집 등을 소개해 20세기 전반 그가 불교계와 문화계에 남긴 유산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석전 영호 스님 <행서대련 10폭 병풍> 일제강점기, 종이에 먹, 석전기념관
고희동 <영호당 화상 소영> 1925년, 종이에 먹, 석전기념관
이번 전시는 다양한 <천불도(千佛圖)>를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현전하는 천불도 중 가장 이른 시기인 1709년 제작된 예천 용문사 천불도(보물)와 1754년 제작된 선운사 천불도가 나란히 걸렸다. 주최측에선 설명 글을 통해 ‘선운사 천불도가 1668년에 조성한 천불도가 낡자 새롭게 조성된 것으로 짐작된다’고 밝혔다.
용문사 천불도, 부분
선운사 천불도, 부분
이외에도 불로 구워낸 <참당암 응진전 소조오백나한좌상>(조선 후기)의 해학적인 면모나 <석상암 산신도>(1847)에 등장하는 갸우뚱하게 고개를 젓고 있는 호랑이, 기명절지도와 장생도 컨벤션이 들어가 있는 <선운사 대웅보전 독성도>(1901)는 우리가 민화로 부르고 있는 근대회화의 기원과 시기를 또렷이 알려주는 작품이다.
<석상암 산신도> 1847년, 면에 채색, 고창 석상암(선운사 성보박물관), 전북 유형문화유산
철조각과 목조각, 조소, 회화, 자수, 민화, 출판 등 거의 모든 장르가 절집을 통해 이어지고 쌓이며 문화라는 현상을 만들어냈는지를 볼 수 있는 전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