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우리들의 밥상
장 소 :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2
기 간 : 2026. 7. 1.-10. 25.
글/ 김진녕
의식주(衣食住)는 사람이 사는 데 필수적인 세 가지 물질적 요소이다. 신체보호, 생명현상 유지라는 데서 출발한 이 세 가지 요소는 결국 인류가 일궈낸 모든 문명의 출발점이자 총합이기도 하다. 이 중에서도 ‘식食’은 생명현상 유지를 위해서 필수적인 요소이고 살아있는 생명체의 가장 원초적이자 공통적인 관심사이다. 절대적인 빈곤과 굶주림이 사라진 21세기 한국에서 만든 전세계적인 트렌드가 ‘먹방Mukbang’(2013년 옥스포드영어사전 등재)이다. ‘먹는 행위’ 자체(모습, 소리, 양)가 21세기 전세계에서 인기를 얻는 최신 엔터테인먼트 컨텐츠가 된 것이다. ‘언제라도 또 보자’는 의미를 ‘밥 한 번 먹자’라는 말로 쓸 정도로 먹는 것에 진심인 5천만 한국인이 저마다의 기억과 경험, 기준을 갖고 있는 ‘전통 음식’이란 주제로 전시를 만든다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 2026년 국립중앙박물관이 꾸린 최신 답안지가 공개됐다.
‘한국 식문화를 종합 조명’하는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51개 기관이 협력하고 488건 684점(국보 1건 1점, 보물 5건 5점, 국가민속문화유산 2건 6점)의 유물이 한국 식문화의 증거자료로 한자리에 모였다. 삼천 년 전 불탄 볍씨, 허균이 귀양가서 먹고싶은 것이 생각났을 때마다 과거의 맛있게 먹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적었다는 ‘별미 리스트’「도문대작」(1611), 분청사기 조화 물고기무늬 편병(국보), 꿀을 담았던 청자 매병(보물), 18세기 서민의 음식문화를 보여주는 김홍도 <새참>(보물), 20세기 중후반 각각 서울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항아리와 도마를 그린 박수근과 장욱진, 변월룡의 작품, 2026년작 이종구의 아크릴화 <밥상>(2026)까지 최소 3천년의 시간과 만주와 한반도를 잇는 공간에서 펼쳐진 음식문화의 파노라마를 펼쳐놓았다. 식기 등의 도자와 회화, 섬유, 자수, 수저 등의 금속공예품, 탄화된 식물의 씨, 동물의 뼈, 고서 등 출판물과 1894년 조선왕조의 관리 급료표까지 다양한 시간대의 유물과 장르가 섞여있는 광범위한 전시다.
다른 말로 한 분야의 성과를 깊숙히 보여주는 전시가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성과를 ‘음식’이라는 키워드로 묶일 수 있는 성과만을 조금씩 잘라서 이어붙인 전시임을 알 수 있다. 거기서 나오는 산만함을 묶어놓은 것은 음식이란 물질에 붙어다니는 정서이다. 한국어를 쓰는 이들이라면 대부분 공유하는 기억과 감정.
고구려 이래의 저장 문화와 저장용 그릇을 소개하는 섹션에는 장독대를 만들어놓고 변월룡(1916-1990)의 <어머니>(1985)와 장욱진(1918-1990)의 <독>(1940)을 나란히 걸어놨다. 식재료로써의 '나물'을 소개하는 코너에는 윤용(1798-1940)의 <나물캐기>와 박수근(1914-1963)이 아이를 업은 어린 여자아이가 나물을 캐는 모습을 그린 <봄>을 걸어놓고 벽에는 유만공(1793-1869)의 <세시풍요>에서 따온 “푸른 씀바귀와 냉이, 향기로운 목숙. 이른 봄 새로 돋아난 나물 정말로 맛있네”란 글귀를 적어놓았다.
윤용(1708-1740) <나물캐기>, 박수근(1914-1965> <봄> 1940년대
변월룡(1916-1990)의 <어머니>, 장욱진(1917-1990)의 <독>
삼국시대인 3-4세기의 유물로 추정되는 나무도마(정관박물관 소장)와 칼을 소개하는 코너 옆에는 형태적으로 3-4세기 도마와 칼과 비슷한 모습의 칼과 도마를 그린 박수근의 1952년 작, <도마 위의 굴비>와 <도마 위의 감자>가 나란히 걸려있다. 전시장 들머리에 걸린 이종구의 <밥상>(2026)은 20세기 후반쯤 음식점에 걸린 밥상 모형이나 교과서에 실린 표준 식단의 삽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것이 상징하는 것에 대한 의미는 그 옆 벽면에 쓰여진 박목월의 <소찬>이란 시가 보충설명하고 있다.
20세기 작품인 변월룡이나 장욱진, 박수근, 이종구의 작품이, 시간과 공간,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유물 사이에 현대의 관람자를 끌어들이는 접합재처럼 배치된 셈이다.
이 전시의 주제인 ‘전통음식문화’의 주인공은 ‘음식’이다. 분해되는 유기물인 음식 자체는 박물관의 전시대에 들어올 수가 없다. 다만 그 음식을 담았던 그릇이나 조리법을 담은 기록물, 그 시대의 풍경을 담은 그림이 박물관의 수집대상에 포함될 뿐이다.
김홍도(1745-1806이후) <주막> 보물
김득신(1754-1822) <강가에 모여 먹고 마시다)
이런 지점에 대해 주최측은 “이번 전시가 ‘식문화‘를 종합적으로 다룬 최초의 특별전이다. 수천 년의 긴 시간 동안 이어져 온 우리 밥상 이야기를 고고학적 실물 증거, 조선 왕실의 의궤(儀軌), 문인의 미식 기록, 회화 속 밥상 풍경, 오늘날의 모습과 전문가 인터뷰까지 하나의 이야기 속에서 어우러지게 구성했다는 점이 특별하다”고 밝혔다.
장한종(1768-1815) <어해도>
전시장은 1부와 2부로 나눠서 꾸며졌다. 1부 ‘삶과 함께 한 우리 밥상’에서는 ‘우리가 어떻게 먹어왔는가’를 다루고 있다. 삼천 년 전의 불탄 볍씨와 6세기 무령왕릉 출토품이 숟가락과 젓가락, 가장 오래된 도마, 전통 조리서, 조선왕실의 잔칫상(원행을묘정리의궤)부터 노동하는 서민의 새참을 그린 김홍도의 그림 등을 포함시켰다.
2부 ‘자연이 빚은 우리 밥상’에선 ‘우리가 무엇을 먹어왔는가’를 다루고 있다. 다양한 식재료의 역사를 ‘팔도 밥상, 계절 밥상‘이란 이름으로 소개하고 있다. 『홍길동전』의 작가인 허균(1569-1618)의 「도문대작」은 17세기 조선 미식가의 맛 기록이다. 음식의 저장성을 늘리기 위한 저장문화와 발효문화와 음식도 이 코너에서 다뤄진다. 단백질 공급원이자 농경노동의 필수재이자 귀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던 소나 꿩, 물고기류 등 다양한 식재료가 그림과 유물로 등장한다. 신라 서봉총(6세기)에서 출토된 해산물 담긴 항아리, 천마총(6세기)에서 나온 조류 알 담긴 장군, 인삼·백출과 함께 해야 더 큰 공을 세울 수 있다는 글이 적힌 변상벽(1730-1775)의〈닭과 병아리〉, 야외에서 고기 구워 먹는 풍경이 담긴 성협(19세기)의〈고기 굽기〉 등이 그것이다.
성협의 <고기굽기>(부분)와 그에 등장하는 것과 비슷한 모양의 무쇠 솥
김과 라면, 만두, 고추장과 간장 등 소스류의 해외 수출액이 최근 몇 년 사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음식에 대한 관심이 해외에서 많아지고 있고, 이게 수치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박물관쪽에서도 <우리들의 밥상>전과 이런 이슈와의 연관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K-푸드의 뿌리 첫 조명, 박물관이 차린 우리들의 밥상’이라고 호명하고 있는 것이 그런 예이다.
국박쪽 지하철 연결 출구에는 국박이 지난해 방문객 순으로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는 대형 배너가 걸려있다. ‘연간 방문객 수=박물관의 질’이라는 세계관을 믿는다면, 이번 전시는 그런 세계관을 더욱 강화시켜 줄 수 있는 호객 요소로 가득한 전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