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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뉴스] 디지털 아트작품의 보존, 생각보다 더 긴급하고 복잡한 문제들

디지털 아트 작품이 회화보다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작가-딜러-보존전문가가 현장에서 노후화에 맞서 싸우며 얻는 해답은 복잡하다.

최근 런던 가젤리 아트하우스에서 Jake Elwes의 디지털아트 전시가 열렸으나 몇 작품은 작동이 불가능했다. <디지털 속삭임>이라는 작품은 2016년 반경 2마일 이내의 실시간 트윗을 포착, 스피커로 속삭이듯 전달하도록 프로그래밍 된 것인데, 트위터가 무료 API 엑세스를 차단하고 위치별로 트윗을 필터링하는 기능을 삭제한 4월 이후 작동이 중단됐다. 작가는 2019년 녹음을 재생하는 방법으로 원래 작업을 시뮬레이션했고, 2023년 범위로 하던 작업은 중단했다. 


뉴미디어 아트 보존 분야는 가속화되는 기술변화 속도에 맞춰 값비싼 현대미술 작품을 보존하기 위해 긴급조치를 취해야 한다. 

아티스트 입장에서 작품이 오래 지속되기를 원한다면 단종된 하드웨어, 오래된 소프트웨어 등의 수명 단축요인으로 작품 수명이 위협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조정을 해야 한다. 이제 뉴미디어 아트 보존은 단순히 백남준 비디오아트를 재생할 작동 가능한 VCR 기기를 중고시장에서 찾는 것보다 훨씬 복잡해졌다. 

작품 보존 방법은 처음 '무엇이 그것을 예술로 만들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보존 핵심 요소가 컨셉인 경우도 있다. Julia Scher의 <예측공학>(1993-)은 관객에게 감시의 불편한 경험을 시뮬레이션하는 설치 작품으로 SFMoMA에 전시될 때마다 재설계되어 여전히 불안감을 조성하다. 반면 Gary Hill의 비디오설치 <큰 배Tall Ships>(1992)가 최근 복원됐는데, 이 작품은 오래된 하드웨어의 형태와 특징이 필수인 경우이다. 복원작업을 진행한 연구소 측은 “1992년 도큐멘타에서 보셨던 분들이 지금 봐도 달라진 게 없다고 느낄 정도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무대 뒤쪽은 완전히 달라져서 레이저디스크 플레이어 16대와 옛날 PC로 재생했던 작품을 완전히 현대화했다.”고 밝혔다. 

30년 전만 해도 ‘웹’은 거칠고 표준화되지 않은 곳이었고 하드웨어는 분해하고 손댈 수 있는 것이었기에 ‘작동 방식을 파악해 새로운 접근방식을 만드는 것’이 꽤 괜찮은 도전과제였다. 
이는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로 작품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는 등 더 깊숙하게 파고드는 보존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품 판매 시점에 보존 문제가 거론되기도 한다. 가젤리 아트하우스는 디지털아트 작품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계약시 ‘갤러리가 필요한 경우 작가가 작품을 업데이트한다’는 보장 조항을 넣는다. 디지털 아트의 장기적 생존을 위해서 수집가와 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이에 작품 업데이트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미술관 전시에서 인기있는 가상현실(VR)은 특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VR안경은 구입 후 몇 달 만에 펌웨어 문제로 수명이 끝날 수 있다. ZKM의 사례들이 이를 잘 보여주는데, Agnes Hegeüs의 <메모리 시어터 VR>(1997)은 SGI 컴퓨터 환경에서 만들어져 현재 작동이 불가능해 스트리코트Stricot가 이끄는 ZKM 복원팀이 이 작품의 3D모델을 추출해 윈도우10에서 재구축했는데, 90년대 미감을 유지하려고 처리 시간이 느린 것처럼 느껴지도록 속도를 조정하고 있다. 

반면 Tristan Schulze의 <스킨 3.0>의 2021년 버전은 유니티 게임엔진으로 제작되면서 2019년 원본과 눈에 띄게 달라졌다. 스트리코트는 “이 작품은 역사성의 손실은 있겠지만 2019년의 미학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10년 후에도 항상 새롭고 반짝이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모든 VR이 동일한 하드웨어를 사용한다면 2020년과 2040년 작품 사이에 차이가 없어져 미술사적 내러티브를 주입하려는 큐레이터의 시도는 약화될 수 있다. 

스트리코트는 “유니티가 엔진의 장기 지원 버전을 출시했고 이는 유니티가 자사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아티스트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뜻”이라며 업계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미술관의 전문 지식이 특정 국가에 집중되지 않도록 하고 해외에서 디지털 아트 수집에 조기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림이나 조각품을 수집하는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식해야 합니다.”

수명 연장을 위해 주요 컬렉션에는 아티스트의 제작 문서, 소스 코드, 예비 부품 비축이 필요하다. 미디어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는 뒤셀도르프 Julia Stoschek 재단은 아티스트에게 30쪽 분량의 설문을 작성하게 하여 작품별 보존 방식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 재단이 Ian Cheng의 컴퓨터기반 인공생명 〈BOB〉(2018-19)를 구입했을 때 macOS 모하비를 사용을 명시한 방대한 문서를 함께 받았는데 이는 이미 구식이 된 상태여서 재단 측은 같은 제조기간의 예비 컴퓨터를 구입하도록 하는 한편 IT 엔지니어가 구형 운영체제를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가상 머신을 테스팅하도록 했다. 

디지털미디어 작품의 보존이 복잡하고 노동집약적인 모습이 되면서 비용은 수만 달러로 상승한다. 작품을 컬렉션에 넣기 전에 작품 작동의 용이성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재단 측은 말한다. 지금은 가능하더라도 10년 후에는 어떨지, 장기적인 영향을 질문해야 한다. 

점점 더 많은 작가들이 AI를 탐색하고 있지만 대부분 단순한 인터페이스와 코드 라이브러리를 활용한다. 복잡한 알고리즘을 제대로 분석하려면 머신러닝 전문가가 필요하므로 보존 쪽에서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소스 코드를 업데이트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일부 작가들은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새로운 기술을 실험하는 예술가들은 새로운 매체에 맞춰가는 작품을 원하지 않기도 한다. 비트코인 가격변동에 따라 튤립 모양이 변하는 작품 <모자이크 바이러스>(2018)를 만들었던 Anna Ridler는 작품을 이제 실행하지 않고 동영상 녹화를 통해 보존하는 방식으로 예술의 시간성을 받아들이고, “인터넷에서 모든 것이 영원히 살아있을 거라 가정하지 않는다. 나는 자신이 창조하는 것이 유한하다는 것을 아는 land artist들에게서 영감을 받는다”고 말한다. 


기사 원문 > Artnet






업데이트 2023.08.16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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