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반고흐미술관이 지난 50년간 위작 논의를 피해 오던 원칙을 포기했다. 반 고흐의 작품에 대한 주요 연구 기관인 반고흐미술관이 논란이 많은 이 분야의 학술적 자료를 공개하기로 해 환영받고 있다.
미술관은 침묵을 깨고, 반 고흐 작품으로 알려졌던 개인 소장품 중 석 점을 진품이 아니라고 확인해 주었다. 이 중에는 이전에 미술관에서 진품 인증을 받은 후 2011년 크리스티에서 판매되었던 농부 여인을 그린 그림도 포함되어 있다. 거의 1백만 달러에 팔렸으나 위작으로 판명됐다.
이번 연구는 반고흐미술관의 미덴도르프, 반 틸보르그, 반 오우데우스덴 세 명의 글로 벌링턴 매거진 10월호에 게재됐다.
<레스토랑 인테리어>의 경우, 진품 그림인 <파리 그랑 부용 레스토랑 르 샬레의 인테리어>(1887년 11월~12월)의 또다른 버전으로 여겨졌다. 반 고흐는 때로 여러 버전으로 그렸으니 가능성이 있었다. <레스토랑 인테리어>는 1950년에 등장한 것으로 최근 소유자가 진위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그림을 제출했는데, 미술관 연구진은 ‘넓고 거친 스케치같은 붓질’이 원본 스타일과 다르고, 색채도 파리 시절 반 고흐의 팔레트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1935년에야 특허를 받은 합성 안료 망간블루도 들어 있었다. 원본의 가을 베고니아 대신 여름의 해바라기가 그려졌는데, 논문에서 연구진은 해바라기를 추가한 점으로 이 그림이 순진하고 서투른 임모가 아니라 고의적인 위조임을 강력하게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잠재적 구매자에게는 반 고흐와 연관된 꽃 해바라기가 있어 더 매력적으로 보였을 수 있다는 것이다. 1950년대에는 이 그림이 1888년 여름에 그려진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이후 연구 결과 1887년 늦가을에 그려진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Interior of the Grand Bouillon-Restaurant le Chalet, Paris 진품
Interior of a Restaurant
두 번째 사례의 경우 2007년 미술품 딜러 게르브란트 빗서의 사망 후 그 재산 중에서 나온 ‘여인의 두상’인데, 이듬해 반고흐미술관의 인증을 거쳐 드 라 파이유 카탈로그에 기록됐다. 2011년 ‘검은 모자를 쓴 농부 여인의 두상’이라는 제목으로 빗서의 그림이 미술관 인증 후 크리스티 뉴욕에 출품됐고, 99만3,250달러에 낙찰됐다. 그런데 2019년 프랑스 소장가가 농민 여성 그림의 진위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미술관은 그 유사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두 번째 버전인가 아니면 사본인가? 아니면 크리스티 작품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
왼쪽) Head of a Woman with a green Bonnet 진품.
오른쪽) Head of a Woman
테크니컬한 조사 끝에 크리스티의 그림이 원본을 복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모사가가 그렸다고 결론내렸다. 원본은 1902년까지 빈센트의 어머니가 소장하고 있다가 1909년 이후 한 개인에게 팔리면서 사라져버렸다. 사본은 100년 후에 등장했지만 1902~1909년 사이에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미술관 연구진들은 이 사본이 진품으로 속여 팔 의도로 제작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크리스티측은 ‘우리는 가장 저명한 전문가들의 전문적 지식을 구하는 것을 포함, 모든 위탁 작품의 인증을 보장하기 위해 최대한의 조치를 취한다. 이 작품은 2011년에 진품으로 인증받은 것으로 개별 위탁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마지막 예는 유화 <눈 속의 나뭇꾼>(1884년 8~9월)에 등장하는 한 남자의 수채화이다. 1912년에 등장해 후에 드라 파이유 카탈로그에 실렸다. 1957년 소더비에서 판매, 영국 사업가가 구입했다는 기록이 있다. 2020년 반고흐미술관에 이 수채화가 전시 거부되었는데, 미술관은 1904년에 원본 그림 사진이 출간된 것을 보고 1904~1912년에 작업했다고 결론내렸다. 원본에는 있는 긴 막대기가 초기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아 그리지 않은 것, 흑백 사진에 눈 덮인 농가 지붕이 잘 보이지 않아 모사하는 사람이 디테일을 놓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Wood Gatherers in the Snow 유화. 진품
왼쪽) 진품 중 나무를 진 사람 부분. 오른쪽) 수채화 Wood Gatherer
흥미로운 점은 이 석 점 모두 반 고흐가 사망한지 10년이 된 1900년대 초반에 제작되었다는 것이다. 반 고흐는 생전에 작품을 판매하지 못했지만 곧 오마주로 모작하거나 영리를 목적으로 위조할 만큼 급격히 가치가 높아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기사 원문 > The Art Newspa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