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무역로 실크로드를 탐구한 영국박물관의 《실크로드 Silk Roads》 전이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으며 개막했다. 다양한 대여기관에서 온 유물과 박물관 자체 소장품 300여 점을 소개한 이 전시에 대해 한 미술사학자가 박물관의 설명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박물관은 실크로드에 대한 전통적인 이해에 "도전“하고 그것을 ”확장"하는 것을 전시의 목표로 하고 있다. 실크로드가 단일 무역로가 아니라 일본부터 영국, 스칸디나비아, 마다가스카르에 이르기까지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전역의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중첩된 네트워크로 구성되었다는 것이다.
1154년 원본, 1533년 필사본 세계 지도. <지평선을 건너고 싶어 하는 자의 즐거움> 옥스퍼드대도서관
미술사학자이자 비평가, 큐레이터이자 신간 『황금길: 고대 인도는 어떻게 세계를 변화시켰는가』의 저자인 윌리엄 달림플은 이 전시가 개념을 충분히 넓히지 못하고 있어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스코틀랜드 태생으로 인도에서 활동하고 있는 달림플은 1989년 이후 12번째 저서를 출간했으며, 그동안 수많은 상을 수상하거나 후보에 올랐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저자이다.
달림플은 대영박물관 전시 개막일 전시 리뷰 글에서 대영박물관에서 인도가 너무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며칠 후 박물관이 19세기 후반에 뿌리를 둔 실크로드에 대한 너무 신화를 부풀리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나라 장군 劉庭訓(Liu Tingxun)의 무덤에서 나온 낙타모양 당삼채 자기. 728년
런던 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달림플은 이러한 신화가 1877년 독일 지리학자 페르디난트 폰 리히트호펜 남작이 "실크로드"를 뜻하는 독일어 Seidenstrassen이라는 용어를 만들면서 처음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후 스웨덴의 지리학자이자 탐험가인 스벤 헤딘의 1938년 저서 『실크로드: 중앙아시아를 관통하는 1만 마일』의 제목으로 등장한다.
달림플은 "동서 교역의 주요 중심지였던 인도를 생략한 채 동서 연결에 대한 전시를 하는 것은 진리가 아닌 것을 퍼뜨리는 왜곡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13세기 무렵까지 실크로드 육로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육로를 통한 무역이 페르시아 국경 분쟁으로 인해 어려워 상인들은 아라비아해를 지나는 몬순 바람을 타고 훨씬 더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물관 대변인은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불교의 확산에 대한 탐구와 9세기 선박이 인도네시아 해안에서 침몰하기 전 마지막 항해에서 인도 해안에 어떻게 들렀는지를 보여주는 지도를 통해 인도를 부분적으로 설명한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6~7세기 앵글로색슨족 매장지 서튼 후(Sutton Hoo)에서 발견된 석류석은 인도와 스리랑카에서 온 것이고, 이번 전시에는 인도에서 유래한 자료의 예로 상아 체스 세트도 포함되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