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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뉴스] 거장 작품의 위작들의 쓰임새

한 예술품이 위작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나면 범인이 검거되고 수사가 종결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학자들의 안목을 키우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런던 코톨드갤러리에서 열렸던 《Art and Artifice: Fakes from the Collection》 전시에서는 코톨드의 위조품 컬렉션을 선보였다. 회화, 조각, 도자까지 위조품을 망라했으며 전시된 작품의 63%가 드로잉이었다. 
위조품을 거래할 때 드로잉이 속임수에 취약하기 때문에 이는 당연한 결과다. 드로잉에는 서명이 거의 없고, 사인이 있는 경우도 조수들이 제작한 경우가 많으며, 작가가 직접 자기 드로잉의 카피를 만들거나 당대의 컬렉터들 또한 감상을 위해 복제 그림을 만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왼쪽: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술탄'(1774). 
오른쪽: 프라고나르 스타일의 위작. 모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품.


위작을 교육 자료로 쓰는 것은 근래의 일만은 아니다. 하버드미술관의 드로잉 전공 객원 학자이자 워싱턴DC 국립미술관 거장 회화 담당 학예사였던 마가렛 모건 그라셀리Margaret Morgan Grasselli는 1970년대 초 하버드에서 공부할 때 유명한 위조범 엘미르 드 호리Elmyr de Hory가 위조한 마티스 그림을 봤다고 말하기도 한다. 드 호리의 위작은 눈동자가 독특한 별모양이었다고. 하버드에는 방대한 위작 컬렉션이 있다는 이야기다. 하버드미술관(구 포그미술관)은 위작이 시장에 유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컬렉션을 유지했다고 한다. 컬렉션에 포함된 위작은 학문을 위한 보조자료로 활용되었다. 이중에는 러시아 출신 미술사학자 알렉산드르 아나노프가 시장에 내놓았던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스타일의 20세기의 위조품들(일명 ‘프라고노프’)가 포함된다. 

이 ‘프라고노프’ 들은 발각 이후에도 상당수가 기관 소장품으로 남아 있거나 오늘날에도 진품 프라고나르 그림으로 지역 미술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 하버드 미술관은 이 위작들이 현재 교육용으로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2017년 3월 하버드 미술관이 미술사학과 및 건축학과와 함께 운영하는 미술관 컬렉션 워크숍에서 위작들을 연구한 적이 있다. 

아나노프는 1960년대에 4권짜리 프라고나르 드로잉에 대한 카탈로그 레조네를 간행했는데, 여기에는 약 100점의 위조 드로잉에 대한 출처를 위조해 수록했고, 프라고나르가 자신의 그림을 카피한 방식을 발견했다는 학술논문을 써서 위작을 더욱 그럴 듯하게 보이도록 했다. 

메트로폴리탄의 《Fragonard: Drawing Triumphant》 전(2016) 기획자인 페린 스타인은 전시 도록에서 ‘프라고나르가 습관적으로 여러 버전의 드로잉을 그린 것이 악의적인 위조범들에게 빌미를 제공했다’고 언급했다. 

메트는 위작과 진품과 비교 전시할 수 있는 드문 특권을 누리고 있다. 메트 컬렉션에 있는 두 개의 프라고노프 작품 중 하나인 <술탄>이 1988년 위작으로 판명되었다. 2005년 개인 수장가가 연구를 위해 <술탄>의 원본을 메트에 가져왔고, 이후 비교 연구 및 감정 교육을 위해 미술관에 기증했다고 한다. 스타인은 위작에 대한 면밀한 연구는 수집가, 딜러, 큐레이터, 보존가의 관찰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2022년 12월, 뉴욕의 모건 도서관 및 박물관에서는 박물관의 드로잉 및 판화 부장인 존 마르시아리와 델라웨어대학교 명예교수인 데이비드 M. 스톤이 주최한 올드 마스터 드로잉의 위조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한 바도 있다. 이 세미나에서는 알브레히트 뒤러, 렘브란트, 들라크루아와 같은 화가들의 드로잉 위작과 그 위작을 탄생시킨 역사적 배경에 대해 자세히 살폈다. 위작 세미나는 드로잉 인스티튜트에서 주최한 세미나 중 가장 인기 있는 세미나 중 하나였다고 한다. 

마르시아리는 10월 28일 뉴욕에서 드로잉 재단이 주최하는 컨퍼런스에서 위조된 올드 마스터 드로잉에 관한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다. 

드로잉 플랫폼/아트뉴스 레터 Trois Crayons에는 창간호부터 "진짜인가 가짜인가?" 섹션이 인기리에 게재됐다. 편집자 톰 네빌은 미술사에는 수 세기 동안 목표가 불분명한 모작 제작자들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순수하게 모방하다가 곧 모방작 위에 서명을 위조해 추가하기 시작했던 카렐 라 파르그(1738~93)라는 위조범이 있었고, 예술가이자 딜러였던 이그나치오 허그포드(1703-78)는 자신이 소장한 원본 그림을 복제한 다음 원본으로 판매하면서 정직한 거래와 그렇지 않은 거래 거래('그림 두 점 가격에 그림 한 점')를 섞어 판매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모방한 작품이 시간이 지나면서 목적을 달리해 모조품이 되었든, 의도적으로 속이려는 시도에서 시작되었든, 학문적 고찰을 할 필요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교육적 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위작들의 이야기는  제작자가 밝혀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사원문 > The Art Newspaper
업데이트 2024.10.3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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