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희, 「조선시대 감로도(甘露圖)에 도해된 여성상과 그 의미」, 『미술사학연구』 Vol.323, 2024.9, pp.37-68.
대한민국이 무속의 사회라고들 하는데, 조선은 어땠을까. 기록으로는 자세히 남아있지 않지만 사회적으로 분명히 한 축을 담당했다. 조선은 한양 내 무녀들을 활인서 주변에 모여살게 해 제도권에서 관리했다. 활인서는 빈민의 구제, 구휼와 치료를 목적으로 했던 기관이니, 무녀들의 역할에 대한 인식을 알 만하다. 조선시대 무녀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불교 회화인 감로도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감로도> 무녀 부분, 18세기, 비단에 채색, 265×294cm, 리움미술관
조선시대 감로도 안에는 무녀 뿐만 아니라 수많은 다른 여성상들이 존재하는데 그 의미가 무엇이었는지를 찾는 논문이다.
조선시대에는 우란분재, 수륙재, 천도재 등 고통받는 영혼을 구제하거나 천도하는 불교의식이 성행했고, 이 때 사용되던 그림이 감로도이다. 의식이 진행될 때 아귀(餓鬼)에게 감로(甘露)를 베푼다는 의미. 아귀는 그 원념을 풀어야 하는 억울한, 고통받는 존재, 구제대상이다.
조선에서 16세기쯤 되면 감로도의 도상이 성립되는데, 고통받는 아귀를 중앙에 커다랗게 그리고, 위쪽에는 음식이 차려진 단, 여래 등을 그리고 아래쪽은 그 고통받는 영혼의 생전의 다양한 모습이 그려지게 된다. 감로도에는 역시 남성의 모습이 많지만 불교에서 말하는 출가 여성 ‘비구니’와 여신도 ‘우바이(優婆夷)’를 비롯해 다양한 역할을 하는 여성이 등장한다. 국내에 현존하는 70여 점의 감로도 중 비구니가 포함되어 있는 감로도는 40점이나 된다. (감로도에 존재하던 비구니는 18세기 이후에는 사라졌다. 그때도 불교의식에 분명히 참여했던 기록이 있는데 그림에서는 빠지게 됐다.)
<감로도> 비구니 부분, 18세기, 비단에 채색, 265×294cm, 리움미술관
조선시대는 유교가 지배해 여성이 종교활동을 하는 것을 억눌렀으나, 여성 신도들은 불교를 통해 성취감과 해방감을 얻었다. 상궁이나 사당처럼 전문적 직종의 여성은 감로도의 주요 도상으로 그려졌을 뿐 아니라 실제 감로도 제작의 후원자이기도 했다. 여성신자들의 지속적인 불사 후원은 경전의 내용을 한글로 언해하는 작업이나, 시각적인 재현물을 앞에 두고 경설을 듣는 방식, 즉 감로도와 같은 서사구성을 지닌 불화가 활성화되는 데 기여했다.
논문에서는 감로도가 종교화 영역에 속하지만 풍속화나 기록화로서의 성격도 보여주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부부싸움, 외로운 노년, 아이를 낳다 죽는 여성, 무녀, 각종 가무희로 생계를 유지하던 사당 등 일상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여성들을 볼 수 있다.
<봉은사 감로도> 주모, 장터로 가는 여인, 기녀 부분, 1892년, 비단에 채색, 200x316.5cm
흥미로운 것 중 하나는 사당패 도상. 여러 지역을 떠돌면서 기예와 곡예를 보였던 예인집단 거사(남)와 사당(녀)이 각종 재나 불교행사에도 한 역할을 했는데 이들도 감로도에 등장한다. 1682년 안성 청룡사 감로도는 사당패 근거지 인근에서 제작되어 사당패의 묘사가 강조됐다.
<감로도> 사당 부분, 18세기, 비단에 채색, 265×294cm, 리움미술관
<청룡사 감로도> 부분, 1682년, 비단에 채색, 199x239cm
사당패 공연 부분. 화기를 보면 20명의 시주자 중 19명이 안성 사당패였다.
감로도에는 공동체의 이상이나 욕망, 공포 등이 담겨 있어 당시의 사회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논문은 특히 감로도에 등장하는 여성의 모습은 그 시대 다른 시각자료가 담지 못하는 것들 또한 담고 있으며, 감로도에 등장하는 여성들이 실제적으로 불교 의식의 실행, 불교의 전파에 경제적, 실질적 역할을 했다는 것을 짚고 있다.
감로도 중 여성 도상을 훑다보면 왕실이나 종친 유력자 같은 불교 신앙의 강력한 후원자, 왕실 번영을 구복했던 사람들. 비구니와 우바이 즉 부처의 가르침을 따르는 네 부류 사부대중(四部大衆) 중 여성들, 여성으로서도 성불할 수 있다는 전거를 찾고자 했던 것, 일상에서의 여성의 모습의 회화화. 순종적 부인의 모습, 희생이 따르는 어머니로서의 모습. 우란분재, 수륙재 등 불교의례에서 여성의 참여 등을 살피게 되는데, 이는 2024년 주목 받았던 불교미술과 여성을 연결한 호암 전시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감로도 중 여성 도상을 훑다보면 왕실이나 종친 유력자 같은 불교 신앙의 강력한 후원자, 왕실 번영을 구복했던 사람들. 비구니와 우바이 즉 부처의 가르침을 따르는 네 부류 사부대중(四部大衆) 중 여성들, 여성으로서도 성불할 수 있다는 전거를 찾고자 했던 것, 일상에서의 여성의 모습의 회화화. 순종적 부인의 모습, 희생이 따르는 어머니로서의 모습. 우란분재, 수륙재 등 불교의례에서 여성의 참여 등을 살피게 되는데, 이는 2024년 주목 받았던 불교미술과 여성을 연결한 호암 전시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