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지난 달 나왔던 얘기가 바로 이슈가 되어서 임옥상 작가의 작품이 이런 저런 처분을 받고 있습니다. 

정  두루뭉술하게 넘어갈 수 있었지만, 매듭을 지을 건 지어야 된다는 판단이었어요.

윤  아주경제, 조선일보에서 크게 터뜨린 효과가 있었습니다. 쓰라린 얘기지만 사회가 바로잡혀가는 과정이라고 생각은 해야될 것 같습니다. 

김  제가 보기엔 기자들이 그 토픽을 그다지 다루지 않았어요. 

윤  기득권, 권력, 그런 것과 관계가 있는 것이겠지요. 

정  여성단체들이 이런 일에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것 등을 보면서, 대한민국이 정말 진영으로 나뉘어서 모든 판단과 행동이 결정되는 나라구나, 정말 카르텔의 국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편이면 모두 익스큐즈가 되고.

김  내 편이냐 니 편이냐가 중요해서. 내 편이 공격당하는 일은 막아야 해서. 시절에 따라 같은 행동도 다른 해석을 하고 말이죠.

윤  미술계는 당파성 보다는 현실 자체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논쟁을 제대로 하는 입장에 서야 됩니다. 이번 사건도 그렇고 개인으로 보자면 다 아는 분들이고 개인적으로는 혹 억울한 면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그렇지만 비판이 필요한 곳에서 침묵하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말을 한 마디 얹으면 너는 어느 편이냐, 는 질문을 받게 됩니다. 담론이 중요하다면서 제대로 담론을 만들 자세가 안 되어 있어요. 

정  임옥상 같은 재주가 출중한 작가가, 실력있는 작가들이 왜 진영의 흐름으로 올라가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그 실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데 말입니다. 

윤  그렇죠. 실력이 없는 사람이 본인 능력 이상의 대접을 받으려다 보니 정치의 힘을 빌리게 되는 거죠. 역사적으로 예총, 미협, 민예총 같은 곳들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예술관련 단체들이 정치 권력에 붙는 경우를 많이 보잖아요. 모두가 경계해야 되는 일입니다. 

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늘 진영 논리로 사람들을 자르고, 그래왔잖아요. 블랙리스트 같은 문제는 위로 올라가면 노무현정부로 갑니다. YS, DJ 때는 적어도 공무원들을 자르는 일은 없었어요. 

최  프리즈 서울 아트페어가 현재 한국에서 가장 핫한 이슈 중 하나인 듯합니다. 기사도 너무 많아서 간단히 이야기해야 할 듯해요. 작년 프리즈의 영향력을 실감했던 탓인지 모든 미술행사가 여기에 맞춰지고 갤러리들도 자기 색을 보여주려고 분주하고… 뭔가 각성상태 같이 된 느낌인데 어떠신지요?

윤  크게 보면 좋은 일 아닐까요.

정  한국의 미술계와 미술시장이 저변도 일천하고 부화뇌동하는 거라고 봐야죠. 프리즈 정체가 뭔가요. 영국 프리즈 잡지가 주인이 아니고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지분의 70%를 가지고 있어요. 프리즈라는 행사는 결국 사업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두번째로 지적할 것은 우리가 프리즈의 호의에 너무 기대고 있다는 겁니다. 5년 계약이 끝나면 어떻게 될까요? 유지될까요? 그렇게 서울이 중요할까요? 올해 프리즈 서울 한 달 뒤에 프리즈 런던이 오픈하고, 프리즈가 의욕적으로 인수한 아모리쇼가 서울 다음다음날 오픈합니다. 그들이 어디에 방점을 찍을까요?

김  그런데 작년 오세훈 시장이 프리즈 쇼를 송현동 부지에서 열겠다고 하다가, 다시 야외 조각만이라도 하겠다고 했던 것 같은데 무산된 건가요?

정  그렇죠. 송현동 부지는 건축비엔날레 장소로 쓰기로 했고.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할 거 없이 화랑주인들 건의를 받아들여서 아트위크를 기간을 겹치게 하고… 남 장사하는데 왜 서울시가 나서서 같이 그러는지. 삼청 나이트다 뭐다 해서 프로모션에 국립현대미술관을 이용하자는 제의도 있었다고 하고. 결국 하지 않게 됐지만, 그럼 국립중앙박물관도 프리즈 행사에 장소를 내줄 거냔 말이죠. 

최  원래 가을에 있던 미술행사들이 프리즈에 빛이 바랠까봐 아예 붙여서 하려고 하는 거 아닌가요?

정  윈윈일수도 있겠지만…

김  너무 많이 겹쳤다 싶습니다. 

윤  프리즈에 대한 반응들이 너무 과하다는 생각은 듭니다. 저는 프리즈에 대해서는 작년에 고지도 필사본 같은 것들이 와서 좋은 반응을 얻었듯이, 이번에도 유럽 고미술들이 들어온다고 하는데, 한국의 키아프도 그에 맞춰서 한국 고미술을 잘 보여주는 일을 좀 했으면 한다고 다시 얘기하고 싶어요. 그것이 얼마나 호소력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보기에 유럽 마스터즈가 외국 박물관에서나 보는 작품들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는 만큼 우리 예술도 뿌리부터 보여주는 컨셉으로도 나쁘지 않고요. 

정  예전에도 말했듯이 키아프가 현대미술을 다루는 화랑들의 모임이 주최하는 아트페어라 고미술 상인들이 끼어들 여지가 없어요. 

윤  화랑협회의 키아프를 모태로 해서 아트페어를 위한 주식회사로 발돋움하면서 그런 외연을 확장할 수 있기를 바라는 거죠. 

정  키아프 마스터즈를 열 수 있으면 좋겠죠. 프리즈도 지금은 화랑들이 출품하는 형식이지만 처음에는 마니프처럼 작가 부스를 많이 만들었었어요. 그러다 화랑들이 끼어들고 장악하게 된 거죠. 다양한 아트페어가 시도된 적은 있는데 여건이 좋지 않아서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윤  박물관 미술관 전시에 준하는 볼거리를 제공하는 아트페어라면 맥락도 있어야 하고 그래야 하는데. 

정  어쨌거나 프리즈는 개인사업에 가까운 거니까 한 나라의 미술계가 들썩이게 만들 정도의 아이콘이 되고 모두들 잘 되기를 바라고 이건 좀 그렇죠.

윤  어항 속에 메기 풀어 놓은 효과랄까요. 좋은 영향에 대해 집중할 수 있으면 합니다. 

최  우리 화랑들이 좀더 특화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국내 작가 발굴에 좀더 애쓰는 것처럼 보이는데 긍정적인 면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해외에 소개될 만한 작가들을 정력적으로 찾는 거 같은데요. 

정  그건 전혀 아니에요. 옛날에 삼성 쪽을 비유해서 보자면 제일모직이 양복원단 수출했고 제일제당은 설탕을 수입했단 말이에요. 비슷비슷한 느낌이 들지만 사실 양복원단 수출은 설탕 수입 사업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에요. 외국 화랑들이 와서 한국 작가들 발굴하겠다고 한다거나 하는 것도 욕먹지 않으려고 하는 일 정도랄까. 

윤  가을에 전시가 풍성한 거 같은데 들여다보면 딱히 스케일 있는 전시가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네요. 

김  김환기 전시는 곧 끝나고, 국현에서 장욱진 전시하고요. 

최  국립진주박물관, 국립광주박물관 같은 곳도 알찬 전시들이 대기중이고, 이번주말 국제수묵비엔날레도 개막합니다.  

정  수묵비엔날레도 아쉬운 부분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윤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수 있는 시즌에. 미술관이 좋은 기획전시를 하고 있으면 더 좋았겠죠.

최  지금 국현의 경우는 관장도 학예실장도 없는 상태라서…

정  그건 핑계에 불과해요. 관장이 없다고 돌아가지 않는 건 아닌데.

윤  가을이 본격적인 전시의 시즌인데, 미국이나 일본 같은 곳의 가을 주목받는 전시와 우리나라의 경우를 비교해 보면 우리가 얼마나 로컬한지 반성할 기회가 될 테죠. 

정  큐레이터들이 중요합니다. 제2저자라고 할 수 있어요. 그들이 작품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전시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김  나열식 전시에 무슨무슨 디스플레이를 혼합하는 그런 해결책 말고.

정  뭘 섞거나 대중적 코드나 쉽게 생각하지 말고, 본연에 충실하면서 깊이있게 해석해야죠. 관람객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으니.

최  관람객 수준을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로 상정하는 게 아닌가 싶기는 해요. 박물관 같은 곳이 더 그렇습니다. 어린이박물관이나 자료관도 필요하지만, 아이들도 우아하고 세련된 전시를 볼 권리가 있잖아요. 

윤  시각 경험을 폭넓게 해주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을에 서둘러서 돌아보고 다음 달 다시 리뷰해야겠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