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월 초에 키아프 프리즈 때문에 엄청 기사가 많았어요. 어찌됐든 많은 영향을 준 행사였으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정  화랑 입장에서는 네임밸류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이 아트페어에 안 나갈 수도 없고... 그러니 소위 아트페어 피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폴란드인가 어디 화랑 한 곳은 아트페어 돌아다니느니 뉴욕에 분점을 내는 게 경제적이라고 그렇게 하기도 했어요. 

최   아트페어가 많아지기도 했고 비용도 올랐죠. 보험료도 너무 비싸고. 

정   부스비, 운송비, 보험료 기타 등등... 그런 문제를 지적하는 갤러리가 꽤 있습니다. 그러니 쉽게 얘기하자면 아트페어에서 그림을 팔 때 비싸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는 요즘 아트페어에서 물건만 보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해요. 쉽게 얘기하면 백화점 가서 물건 보고 인터넷으로 사는 식.

윤   굳이 아트페어에 가서 안 사도 되는 것이, 우리나라만 해도 유수의 화랑들이 많이 들어와 있잖아요.

정   세계 굴지의 화랑이 10개 이상이 들어와 있잖아요. 그렇게 치면 세계 미술시장의 3분의 1이 들어와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면 내가 고른 그림 구해달라고 해서 얼마든지 살 수 있죠. 

김   아트페어가 견본을 보는 시장처럼 되어 가네요.

정   키아프와 프리즈가 부스비에 있어 어느 정도 균형이 맞아야 되니까 부스비가 올라가요. 한국 화랑들이 조그만 부스 쓰면 2, 3천, 중간 크기는 4천 정도 낸다고 합니다. 

윤   젊은 작가 500 여 만원 정도 되는 작품을 들고 나오는 화랑들은 수지가 안 맞을 수 밖에 없네요. 

정   10 점을 팔아도 2,500 남을까 말까 하는데... 키아프도 못 나간다고 하면 평소 장사에 문제가 있고 하니 안 나갈 수도 없고. 

김   울며 겨자먹기로. 어쨌든 몇 년 전 키아프보다는 외국계 화랑 비율도 늘고, 외국 작가 작품도 많아진 것 같습니다. 작품 구색을 좀 갖추게 됐다는 느낌입니다.

정   프리즈에 못 들어가는 국내외 화랑들이 키아프로 오니까 화랑협회 차원에서는 벌이가 좋아졌겠지요. 그런데 중소 화랑의 경우 특히 거래가 대박났다는 얘기는 못 들었어요. 

윤   얘기를 잘 안 하니까 알 수는 없지만. 

정   어쨌든 제가 보기엔 전환점을 모색해서 뭔가 새로운 방식으로 가지 않으면 그냥 외국 큰 화랑들 들어와서 장사 잘하고 나가는 것밖에는 안 될 지도 모릅니다. 지난 번에도 얘기했듯 아모리 쇼도 같은 시기에 진행됐는데 그쪽에 비중을 더 둘 거라고 보여지고, 외신들도 아무래도 뉴욕 쪽을 더 다루고.

윤   여기는 신흥 시장으로서 초점을 맞추고 아모리 쇼는 그거대로 의미가 있겠고. 그런데 여기에서 큰 그림을 팔아도 송금에 제약이 있거나 해서 문제라고 하던데요.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지만 여기 시장이 잘 되고자 한다면, 한 단계 변신하고자 한다면 시스템 등 주변 문제가 해결되야 합니다. 투명하게 잘 진행되도록 서포트하는 등. 두 번 했으니 이제 그런 검토가 이뤄져야 됩니다. 

정   외국 화랑이나 컬렉터들 중에도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한국에서 안 사게 되는 이유는, 예를 들어 벨기에 컬렉터라면 영국 화랑에서 본 작품이라면 페어 끝나고 돌아간 다음에 런던에서 사 오는게 운송비도 싸고 여러 가지로 비용이 절감된다는 겁니다. 오긴 왔지만 거래는... 아까 그 견본시장 이야기와 똑같죠. 이제 아트페어도 사실 성격이 옛날하고 다르게 변하고 있다고 봐야겠죠.

최   쇼룸의 기능 정도 밖에는 못하게 되는 걸까요.

윤   그리고 작년에도 그랬다고 하는데 삼청동이다 강남이다 밤마다 파티를 열고 사람들이 좋아라 했다지요. 상류층 문화랄까 그런 게 확장된 거 같습니다. 어느 사회든지 문화를 이끌어가는 계층은 있는데 그 동안 폐쇄적이었다면 약간은 공개되는 계기가 될 수 있죠. 

정   윤 선생이 얘기하는 그런 상류층의 고급스러운 문화 사교적인 파티라기보다는 소위 나 여기 왔었어, 하는 플렉스용이 많았다고 할까요. 외국 화랑 주인들 얘기가 유창한 영어로 물어보는 한국인들은 많은데 막상 값을 얘기하면 뒷걸음질 친다고 합니다. 

김   리움 강석경 쇼가 프리즈 개막 직전이었는데, 갔더니 외국인들도 엄청 많이 오고 연예계도 많이 오고 그랬거든요. 딱 그런 분위기였어요. 딱히 작품에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자기들끼리...

정   나 여기 왔어. 봐줘. 그다음에 나 누구 만났는데~ 그러면서 떠들죠. 

최   어느 정도 허영심 때문이기도 할 것 같고요. 

윤   그런 만남 중에 몇몇은 나중에 중요한 사건이 될 수도 있겠죠. 간송의 옛날 그 사진 같이. 장소가 생기고 환경이 생겨났다는 게 뭐 그렇게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닙니다. 

정   나쁘게 본다기보다 아직까지 그런 문화가 어색해 보여요. 자연스럽지는 않아. 이제 몇 번 더 하면 좀 세련되게 갈 수 있겠죠. 

윤   우리 같은 사람 거기 갔다 놔 봐요. 자세 안 나오겠죠(웃음).

김   한국 사람들한테 스탠딩 파티 안 맞아요. 모르는 사람하고 하하 호호 하이하이 하고...

윤   젊고 외국 경험 많은 친구들은 자연스럽게 되겠죠. 

정   어쨌든 아트페어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한국 시장에 이득이 되는 쪽으로 한국 미술에 조금 더 기여하는 쪽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   키아프가 올해 좀 튼튼해져서 긍정적인 효과라고 생각을 했는데 정 선생님 말씀 들으니까 부스비 등 안 좋아 진 점이 있어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같습니다. 

정   그 대신 화랑미술제 참여시에 부스비 할인을 많이 해 준다고 합니다. 

정    언제 결정된 내용인지 모르겠는데, 빨리 취소해야 합니다. 

윤    지금 이렇게 흥청망청할 때가 아녜요. 지금 돈을 아껴쓸 때인데. 베니스 비엔날레 자르디니아 한국관도 실은 베니스 비엔날레 할 때만 하고 계속 비워놓잖아요. 문 딱 잠그고. 

김    거기를 상설관으로 쓸 수도 있다는 얘기네요. 

최    상근자가 없나요? 

정    상근자 없죠.

윤    그쪽 2,30개 국가관이 다 그래요. 

정    베니스 비엔날레가 사실 문화제국주의의 상징적인 사건인 거죠. 베니스 하나 갖고서는 이탈리아 애들이, 야 너희들 각자 와서 집 짓고 해, 그러는.

윤   조상 덕인 거죠. 

정    한국관 가능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을 때 사실 당시에 한국관을 짓기 위해서 베니스 시내에서 '타이거 테일'이라는 전시를 했었어요. 그런 거는 참 동작이 빠르게 잘했다고 볼 수 있겠죠. 한국 현대 작가 15인 전시. 그러고는 한국관이 만들어진 거죠. 한국이 그런 시범을 보인 나머지 자르디니아 외의 지역에 대만이 대만관 만들고, 다른 나라들도 따라 하는 시초가 된 거죠. 베니스 헌 건물들을 다른 나라에서 돈 들여 고치고 들어가는 거죠. 사실 모르는 사이에 베니스 부동산에 일조를 한 겁니다. 

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신축, 베니스에 한국 전시 상설관 만드는 일 같은 것을 강력하게 반대해야 될 것 같아요. 돈 낭비도 그렇고, 방향도 잘못됐구요. 지금 작품 컬렉션과 관리, 연구 같은 내실에 집중해야 될 때라고 다시한번 주장해야 될 것 같습니다. 

윤   김성희 씨가 국립현대미술관장이 됐는데 기대하는 바가 있으시겠죠?

정   개인적으로 그 분의 가장 중요한 경력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은 인사동에 프로젝트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을 만들어서 그 대안공간에서 유망한 젊은 친구들을 소개했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꽤 유명해진 신진작가들이 대부분 다 거기를 거쳤습니다. 캔파운데이션을 만들어 중견기업과 작가를 연결해 주는 프로모션도 하고요. 또 하나는 미술판에 신세진 사람이 없는 것도 장점이죠. 

윤   누구처럼 어디 화랑 작가 전시해 줘야 하고 그런 것도 없고. 사간동으로 이사 간 후 네 번째 관장인데 그동안 한국 컨템퍼러리에 훤한 관장이 없었죠. 근대 전공이거나 중국이거나 외국인이거나... 그런데 현대를 전공하고 특별히 한 쪽에 줄이 있거나 한 것이 아니라 기대할 바가 많은 것 같습니다. 현대미술관으로서 갖춰야 될 위상 정립이라고 할까, 그런 모습을 한번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정    당시에는 현대미술 전공인 김영나 관장이 중앙박물관 관장을 하고 동양미술사 중국 전공을 한 정형민 관장이 현대미술관 관장을 해서(2011년) 서로 바뀌었다고 말하기도 하고 했죠. 

윤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는 분이에요. 주변에 좋은 어드바이스 그룹이 만들어져서 서포트하고, 본인이 소신을 가지고 한국의 현대미술을 잘 이끌었으면 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