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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News & Talk] 2023 Art News & Talk 결산 : 각 부문별 사자성어 시상식

2023년 12월 13일(수) 정준모 윤철규 김진녕 최문선

2023년이 저물어갑니다. 언제나 다사다난한 미술계. 매번 비슷한 10대뉴스를 꼽는 대신에 어떤 좋은 일들이 있었고 어떤 아쉬운 일이 있었는지 돌아보고 부문별 시상감을 찾아 보았습니다. 
 
올해의 “파죽지세” - 김구림 화백
“올해 전시 중에 실험미술을 되돌아보는 전시가 많았는데 특히 김구림 화백이 시선을 많이 끌었던 것 같습니다. 프리즈 서울의 외국 손님들에게도 많이 어필되었던 것 같아요. 해외 진출도 있고, 노익장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올해의 “과유불급” - 리움 백자전
“리움미술관이 재개관하면서 백자전이 정말 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큰 호응을 얻었는데, 일부에서는 너무 좋은 작품들을 너무 많이 다닥다닥 가져다놓아서 오히려 귀해보이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오래 쉬었기 때문인지 의욕이 앞섰기 때문일까요. 어쨌든 눈이 호강한 전시였지만 그런 면에서는 조금 아쉬울 수도 있었어요.”

올해의 “고군분투” - 호림박물관
“호림미술관 종이 전시도 그렇고 가을의 <조선양화>도 그렇고 저자극 고밀도 전시가 좋았습니다. 그런데 위치 때문인지 고미술이라는 분야 때문인지 관람객이 생각만큼 많지 않고 화제성도 떨어지는 것 같아서 아쉬워요. 이번에는 전시장을 꾸미는 것도 노력을 많이 했는데, 보는 이로서는 고마운 일입니다만 세태를 쫓아가지 말고 담백한 전시를 계속해 주었으면 합니다.”


올해의 “부화뇌동” - 지방 미술관
“우리나라 지역 미술관 박물관들의 가장 큰 문제는 자기의 본질을 찾으려고 하지 않고 쉽게 유행을 쫓으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미술관장으로 부임하면서 미술관을 미래를 선도하는 메타뮤지엄으로 리노베이션을 한다는 기사를 보면서 관장 바뀔 때마다 이럴 것인지, 또 새로운 유행이 나타나면 모두들 그 방향으로 갈 건지. 이 미술관에서 저 미술관 가면 또 그 개념을 가지고 갈 것인지 걱정스러워요. 자기만의 특징을 가진,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에 대해 좀더 깊이 생각하고 남들과는 좀 다르게 가려는 노력을 더 해야될 것 같아요."

올해의 “승승장구” - 이건희 기증품 순회전
“올해도 역시 스테디셀러로서 각 지역에서 이건희 기증품 순회전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순회전이지만 지역과 박물관의 특징을 살려 조금씩 내용을 변화시킨 면이 돋보였고 역시나 저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의 “화사첨족(사족)” - 춘향 영정
“일제강점기의 흔적을 지우려는 방향이 틀리다고는 할 수 없지만 무조건 과거의 모습을 찾으려한다거나 친일 행적을 한 이들의 성과를 모두 지우려한다거나 하는 방향에 가끔 헛발질이 보입니다. 그냥 두어도 괜찮은 것도 있고, 급하지 않은 것도 있고, 덧대는 것이 오히려 안 좋은 것도 있을 수 있는데 어디에나 성급하게 일처리를 하다보면 굳이 안 해도 될 일들을 하는 결과를 낳는 것 같네요.”

올해의 “유명무실” - 호퍼 전
“대단한 것이 올 것처럼 소문이 무성했고 사람들도 북적였지만 소문난 잔치에 그다지 먹을 게 많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호퍼라는 화가에 대하여 부풀려진 면이나 어두운 개인사에 대한 것도 조금 더 알려지는 계기는 된 것 같습니다. 호퍼 전이나 국박의 내셔널갤러리 전시 등 국공립미술관들이 외국 전시나 소장품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관객이 많았다고 스스로 만족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어요. 자신들의 성과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할 만한 기획전에 더 집중해야 됩니다.”

올해의 “오리무중” - 광주 비엔날레
“광주 비엔날레는 노자의 말을 빌어 소프트하게 포장했지만 따지고 보면 ‘뭘 좋아하실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20세기의 미술은 무슨무슨 주의도 있고, 파도 있고 흐름도 있고 그랬지만 21세기 미술은 다양화 한편으로는 뭉뚱그려져서 어디엘 가도 젠더, 페미니즘, 전쟁, 난민, 탈식민주의, 혐오 등 주제가 앞서고 이것이 반복되는 양상이에요. 문화행동주의, PC함. 정말 아티스트 자신의 목소리일까 싶은 것도 많습니다. AI가 신문기사들을 보고 만들어내면 그런 결과가 나올 것 같기도 해요. 예술가란 무엇인가, 예술가의 역할, 이 과다한 시각 자극의 시대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올해의 “고육지책” - 메이저 옥션사
“젊은이들이 주요 미술시장 고객으로 떠오르고 자산이 적기 때문에 비교적 저가의 미술품을, 단타매매 하듯이 거래하는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단기 차익을 노리고 그림을 사게 되기 때문에 그들의 취향이나 행동방식을 고려한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들이 늘어나게 되고 좀비처럼 미술시장을 돌아다니게 됩니다. 양대 옥션사에 계속해서 등장하는 그림들이 많이 떠오르실 겁니다. 올해 메이저 경매사들은 여러가지로 어려움을 겪었어요. 미술 주기가 짧아지고 장기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일인 줄 알면서도 경매사들은 시장의 요구를 쫓아갈 수밖에 없겠지요."

올해의 “사상누각” - 몰입형 전시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유명 작가도 몰입형 전시가 휩쓸고 있습니다. 너도나도 아트월을 만들고 실감영상 전광판을 만들고. 모마에서 AI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의 작품을 전시하니 사람들이 거대한 화면보호기를 사들이냐고 놀리기도 했는데,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한동안은 이 물결을 거스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AI의 발전속도는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고, 미래의 예술가는 프로그래머의 모습을 할지도 모르겠어요. 예술가라면 한 시대의 시각문화, 기호들을 증거로 채집하고 그것을 이용해 자신의 작품을 창조해야 하고, 미술관은 그러한 작가를 골라낼 안목을 가져야 하죠. 그런데 지금은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네요.”

올해의 “어부지리” - 지나친 지원 정책
“루브르가 관람료를 17유로에서 20유로로 올리겠다는 기사를 봤어요. 미국 메트로폴리탄도 30달러이고. 그런데 우리나라는 무료관람이 지나치게 많습니다. 문화예술은 공짜로 향유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거는 그다지 좋지 않아요. 지방에서 취미활동을 배우는 데 재료비까지 대어주는 나라는 흔하지 않을 걸요. 입장료를 적절하게 내고 보도록 해야 관람자들의 태도도 더 좋아집니다. 작가들도 나라에서 지원하는 데에 너무 의존하려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어서 걱정됩니다. 나랏돈으로 전시도 하고, 해외도 나가고, 프로모션을 해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합니다. 열심히 노력하는데 여러 경제적 장애물로 고생하고 있는 작가들을 제대로 지원하기 위해서라도 지원제도의 남발은 막아야 됩니다.”

올해의 “낭중지추” - 호암미술관 김환기 전
“찾아가기 쉬운 곳은 아니었는데 호암미술관의 성공적인 김환기 전시를 보면서 역시는 역시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의 베스트 전시로 꼽아도 좋을 만합니다. 이 전시를 보면 관람객 수 가지고 전시를 평가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올해의 “심기일전” - 마이아트 고미술 경매
“올해 마이아트 옥션의 고미술 실적이 양대 메이저 경매사 실적을 합한 것보다 낫습니다. 단순비교를 하기는 어렵지만 불황중에 고미술시장이 그래도 그간의 저평가와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좋은 시그널 같습니다. 역시 명품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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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기사 링크

#2022년 결산
https://2022.koreanart21.com/news/artKeyword/view?id=9117&page=1


#2023년 1월~11월 아트뉴스&토크(기사목록 포함)
1월, 2023년 전망 - 기대와 할 일들
https://2022.koreanart21.com/news/artKeyword/view?id=9142&page=1
2월의 미술계
https://www.koreanart21.com/issues/talk/view?id=9131&page=1
3월,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준비할 때
 https://www.koreanart21.com/issues/talk/view?id=9162&page=1
4월, 리더의 미덕과 조건
https://www.koreanart21.com/issues/talk/view?id=9196&page=1
5월, 아방가르드했던 70년대로
https://www.koreanart21.com/issues/talk/view?id=9217&page=1
6월, 고미술페어와 춘향의 새 영정
https://www.koreanart21.com/issues/talk/view?id=9234&page=1
7월, 글로벌 시장의 양분
https://www.koreanart21.com/issues/talk/view?id=9249&page=1
8월, 프리즈 서울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https://www.koreanart21.com/issues/talk/view?id=9267&page=1
9월, 문화예술은 건설업이 아니다-하드웨어는 이제 그만
https://www.koreanart21.com/issues/talk/view?id=9278&page=1
10월, 문화재청의 올바른 스탠스는
https://www.koreanart21.com/issues/talk/view?id=9298&page=1
11월, 호황을 지나 재정비를 위한 기간
https://www.koreanart21.com/issues/talk/view?id=9319&page=1

업데이트 2023.12.25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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