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봄이라 새 전시 소식이 꽤 많이 올라왔던데요. 

정   이거 한번 보여드릴게요. “〇〇예술원”인가 이름이 그런데, ‘전시닥터’ 서비스라고 대관에서부터 액자, DP, 운송, 홍보까지 전시준비의 모든 어려움을 해결해 준대요. 전시하겠다는 ‘쌈마이’들이 워낙 많다보니까 이런 회사들도 생겨나네요. 

최    졸업전시나 석사청구전 하는 친구들은 꽤 이용할 것도 같은데요. 

윤    YG같은 대형기획사도 작가, 전시 관련 사업을 한다고 하니까 뭔가 비즈니스가 되나 봅니다. 서울옥션에서 이영학 전시를 한다고 하고, 김종학 인물 전시라든가 뭔가 과거의 인물이지만 새로운 기획을 가지고 나온 전시들이 많아요. 

정   단색조 회화 일색이었던 시기를 거치고 나서 30~40년 정도의 구력, 화력을 갖춘 탄탄한 사람들에게 주목하기 시작하는 경향이 보입니다. 우리가 50쯤 되어야 신진작가라고 할 수 있겠다고 한 적 있잖아요. 그런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해야 할까요. 

김   갤러리현대 김민정, 도윤희, 정주영 3인전도 기획이 독특해요. 현재도 계속 작품세계를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인데, 과거 초기의 작품들에 주목한 전시입니다. 서용선 등도 근래 들어 부쩍 전시가 많아졌습니다. 김윤신, 정현, 김홍주 등 다시금 부상하는 작가들이 많습니다. 

윤    단순히 올드패션드로의 회귀라기보다는 조금 더 다채로워졌다는 생각입니다. 구상이 많아졌고요. 한국화 반추상 작업도 많은데 오용길 이번 전시는 해바라기 꽃밭이고... 

정    해외에서도 구상이 강세입니다. 추상미술이라는 것이 어렵고 어느 정도 저항감이 있죠. 뭔가 있어보이지만 잘 모르겠고. 

최   그동안 너무 많이 보아서 지루할 때가 된 면도 있습니다. 

윤   오늘 프레스 오픈인 호암미술관의 불교미술 전시도 보고 싶네요. 일본, 미국 등 해외에 있던 한국 불교미술 뿐만아니라 동아시아 삼국의 불교미술을 모아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김   여성과 불교라는 키워드를 어떻게 엮었을지도 궁금합니다. 

정   구본창 사진 전시도 성황리에 마무리 됐는데, 구본창, 배병우, 김중만, 김장섭 이 네 사람은 사실 한국 사진의 전환기를 만든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죠. 52년 전후에 태어나신 이 분들과, 워커힐미술관 등의 노력으로 우리 사진이 이만큼 발전한 거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최   김수자 작가도 해외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   김수자 작가는 네덜란드 전람회보다도 사우디아라비아 사막에 설치한 작품도 좋고, 피노 컬렉션, 쁘렝땅 설치도 진짜 멋있습니다. 스케일도 크고, 아무리 물결이 너풀거려도 흔들리지 않고 꾸준하게 해온 작가죠. 반짝하고 떠올라서 막 인구에 회자되고 사라지는 그런 작가들과 다르죠. 그런 스테디한 분들을 좀 지켜보고 알리고 해야 하는데. 한국타이어가 기안84 후원해 작품 내놓는다든가 그러는데, 예술성이 아예 없다는 건 아니지만 왜 좀더 좋은 작가를 찾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어요. 

최   작품성보다는 화제성을 쫓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정   그러다보니 예술이 자꾸 얄팍해져요. 이번 달 기사들도 보면 메세나 매칭 펀드 공모 뭐 이런 것도 사실 한심하죠. 기업이 예술에 더 많이 돈을 쓰게 하는 분위기가 되어야 되요. 세제 혜택도 그렇고, 인식도 그렇고. 

최   현대자동차와 LG가 해외 미술관에 후원하고 한국의 국립미술관에는 마침 후원이 끝나고 하는 일들이 있어 기사가 꽤 나오기도 했습니다. 

정   한국에서 돈 벌면서 국내 기여를 등한시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겠죠. 글로벌한 기업이니 테이트, 메트, 구겐하임 같은 데와 논다는 자랑을 하기도 좋고. 해외에서 기업을 하려면 해외에 기여를 많이 하기도 해야죠. 예전에 소니가 웬만한 문화재급 극장들 보수공사비를 댄다든가 NHK가 시스티나 성당 리노베이션 복원사업에 돈을 대서 저작권을 한정기간 가져갔다던가, 일본 기업들은 그런 식으로 돈을 많이 쓰는 데 비해 우리는 몇 곳 안 보였으니까.

윤   한국 기업은 일본에 비해 돈을 번지 오래되지 않았으니까 일방적인 비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삼성 정도가 그런 규모가 가능할 텐데, 그것도 오래 된 일은 아니고. 이제부터 많이 할 수 있겠죠. 대기업에 대한 거부 정서가 있는 경우도 많고. 순이익이 천억 넘어간다는 알짜배기 중소기업들도 많으니 그곳에서 10억 정도 내는 거는 가능한 일이니까. 

정   ‘그럴 돈 있으면 가난한 이웃에게’ 같은 정서가 아직 많아서인지, 노조들이 강해서 그런지 기업의 미술 후원이 쉽지는 않습니다. 인식을 바꿀 계기가 필요해요. 

최   영화, 가요 등 K-어쩌고 컬쳐가 다 성공하고 있는 마당이라서 K-아트도.. 하는 기대가 담긴 이야기도 슬슬 많이 나오고 있으니까, 이젠 좀 달라지지 않을까요. 

김   개인적으로는 현대차 시리즈는 그래도 성과가 꽤 있다고 보여지는데 SBS 오늘의 작가상은 정말 건질 게 없습니다. 

윤   그쪽은 태영건설이 지금 문제가 많고 하니까 더 그럴 수도 있고요. 

정   오늘 본 기사 중에 영국에서 브렉시트 이후 미술시장 주도권을 자꾸 외국에 빼앗기니까 영국으로 들어오는 작품에 대한 통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한다는 정책을 쓴다는데, 이런 게 필요해 보입니다. 

김   이 상태에서 한 5년만 더 버텨주면 문화, 대중문화 산업 등등에서 글로벌 탑텐 정도는 될 거 같습니다. 이제 막 잘 나가기 시작한 거라서. 

윤   미술쪽 지분은 글쎄요.

정   그리고, 울산시립미술관이 근대미술전 한다는 기사를 봤는데... 지역미술관들이 관장이 바뀌면 성격이 달라져 버린다는 예를 보는 거 같아 씁슬합니다. 처음 시작은 미디어 전문으로 가기로 했다고 하고, 백남준 대형 작품을 몇십억 주고 구매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또 근대미술전시를 한다고 하고... 그렇다고 아주 훌륭한 라인업인 것도 아닌 거 같고. 미술관은 100년은 못 봐도 20년은 보고 가야 하는데, 관장이 가버리면 그간의 노력은 모두 헛수고가 되고 말아요. 

김   미술관 건립을 건물 짓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울산 같으면 산업, 디자인 관련 주제가 맞지 않을까요.

정   국립산업디자인박물관을 만들려고 했는데 유치에 실패했죠. 지역 미술관들도 하루빨리 자신의 영역을 확고히 해야 합니다. 삼성이 뭐 요즘 예전같지 않고 야구단 농구단 다 돈을 못쓴다고 하기도 하는데, 그러면서도 해외의 주목받는 작가를 데려온다든가 의미 있는 전람회를 꾸준히 하고, 그에 자극을 받게 됩니다. 이런 게 정말 중요하죠. 맨날 냉삼만 먹지 말고 한우 힘줄이라도 먹을 수 있게. 국립 컨템퍼러리미술관 같은 곳을 만들어 일년에 두 개 정도 볼 만한 전시를 한다든가. 

최   고미술 쪽에서는 새 협회장 소식, 미술시장 소식과 함께 경복궁 영훈당 복원 건도 있고, 교태전에 벽화 모사도를 만들어 건다는 기사가 나란히 올라왔습니다. 

김   지금 이 시점에 모사도를 그려 다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현대 한국 작가들이 팔을 걷어붙이는 게 맞을까요?

정   독일 흄볼트포럼 리노베이션이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쪽은 전통을 그대로 복원하고 한쪽은 새로운 시대의 예술을 넣는 방식. 우리가 매번 복원한다 어쩐다 하는데 복원이라기보다 재현이고, 가짜인 거 모두가 알고 있잖아요. 그러니 요즘의 것과 접목을 시켜 온고지신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하는 거거든요. 

김   일종의 창작 행위라는 인식이 있죠. 

정   경복궁 복원 문제는 60년에 걸친 대형 프로젝트인데, 그 방향에 대한 제대로 된 토론회라도 좀 열었으면 좋겠어요. 문화재청의 결정에 그냥 따라가는 게 맞을지. 영훈당 복원에 165억 투입한다고 하는데, 

윤   최초로 전기가 들어온 곳이라던가. 

정   그러니 처음 지어진 모습으로 복원하는 거는 아니겠고, 말하자면 전기 설치로 훼손된 모습으로 되는 것일텐데. 영훈당 하나에 165억을 쓸 이유가 있을까 싶은 거죠. 고종 때 건립된 빈궁, 후궁의 처소라던데. 얼마 안 있다가 일제 강점기 없어진 건물을.

김   지금 시대의 지문을 어떻게 잘 집어넣을 것인가에 대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창덕궁 희정당도 더 이전 모습이 아닌, 서양식으로 바꾼 이후의 모습으로 꾸며놨는데, 대원군 시절로 하느냐, 이전의 모습을 하느냐는 어떻게 정해진 걸까요. 단지 기록이 부족해서? 똑같이 다시 만들어 걸어놓지 말고 우리 시대의 벽화를 다시 만드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일 같습니다. 

정   그렇게 해야 전통 회화 기법에 대한 연구, 계승, 새롭게 발전할 수 있는 계기 같은 것이 마련되죠. 문화재에 대해서는 사람들 의견을 듣기보다는 청의 의지로 이끌어가는 일이 많습니다. 

김   붕어빵 기계처럼 과거와 똑같이 만들어내려고 하는 건 아닌가 반성하는 지점이 필요합니다. 

정   1963년인가, 어디 신문 사설에서 “맨날 옛날 것만 보관하다 보면 우리시대 문화는 어디에 남을 것인가” 같은 비판이 나와요. 반가사유상 자랑만 할 게 아니라 우리 시대의 반가사유상 만한 거는 만들 계획을 세우지 않느냐는 반성의 목소리. 이번 기회에 꼭 짚고 넘어갔으면 좋겠어요.

최   궁궐 내부 건물의 복원이나 리노베이션의 경우에 과거를 그대로 찾으려고 애쓰기보다 우리 시대의 해석이나 계승의 모습에 대한 발전의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방향이 좋을지, 또 반론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에 대해 넓은 토론의 장이 만들어졌으면 해요. 

경남·전남도립미술관 기획전 4월 5일 개막…청년작가 14명 참여

https://www.yna.co.kr/view/AKR20240322049300052

3/24(일)

고야 ‘검은 그림’이 영상으로…필립 파레노 한국 첫 전시

https://www.hani.co.kr/arti/culture/music/1133587.html

유홍준 ·나선화 ·정재숙 전 문화재청장 총 출동…제4기 고미술 아카데미

https://www.newsis.com/view/?id=NISX20240324_0002672733

경기도자비엔날레 국제공모전, 73개국 1505개 작품 접수

https://www.newsis.com/view/?id=NISX20240324_0002672669

3/25(월)

尹정부, 공립 박물·미술관 설립 규제 완화…지자체 자율 확대

日 '석가탄생도'·獨 '석가출가도' 한국 왔다…호암미술관, 세계 최초 한자리서 전시

https://www.newsis.com/view/?id=NISX20240325_0002673100

서울시, '조각도시 서울' 프로젝트 시행…참여 작가 모집

https://www.newsis.com/view/?id=NISX20240325_0002673416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화조도'·'원후반도도' 2점 모사도 제작 예정

https://www.yna.co.kr/view/PYH20240325020200005

'왕비의 공간' 경복궁 교태전에 꽃·원숭이그림 둔다…구찌 후원

https://www.yna.co.kr/view/AKR20240321129300005

이번 주 홍콩은 '미술'로 물든다…아트바젤 홍콩 26일부터 개막

https://www.sedaily.com/NewsView/2D6RTHX763

서울공예박물관–서울문화재단, 젊은 공예작가 육성 협력

https://www.newsis.com/view/?id=NISX20240322_0002672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