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2일
정준모, 윤철규, 김진녕, 최문선
볼거리 쏟아진 베니스 비엔날레
최 베니스 비엔날레가 개막해서 그 기사가 많이 쏟아졌죠. 기자들도 많이 참가한 것 같습니다.
정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기자단을 선발해 데리고 갔는데, 그럴 필요가 있는 일인가 싶습니다. 본전시, 국가관 전시, 연계 전시 뿐만 아니라 같은 기간에 열리는 전시가 진짜 많은데 3박 4일 가지고 알려진 곳만 보고 올 것 같고. 몇몇 큰 언론사는 회사에서 비용을 대서 독자적으로 갔지만.
윤 언론사에서 비용을 대서 출장을 가는 게 맞죠. 혹시나 지원을 하고자 한다면 보조금으로 전체 경비의 몇 퍼센트를 준다거나 하는 정도로. 필요하면 비용을 대서 가는 거죠.
정 광주 아시아문화전당에서 ACC미래상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3억을 준다는 기사 보셨죠. 받을 만한 작가가 아니라는 건 아니지만, 아시아문화전당 1년 전시비용이 얼만데 너무 많죠. 권위를 돈으로 사려고 그러면 안 됩니다.
최 베니스 비엔날레는 어쨌든 이번에 볼거리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정 정식 연계 전시만 해도 30개입니다. 주최측에서 2500만 원 정도를 받고 정해진 장소들 중 선택해 연계 전시를 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베니스 비엔날레 홈페이지에 임대 장소 리스트가 쫙 떠요. 비엔날레가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셈입니다. 6개월을 빌리도록 해야 하니까. 관람객은 또 베니스에 들어가려면 5유로 내야하고.
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되었네요. 우리나라 비엔날레는 그런 정도까지는 배우지 못했잖아요.
최 베니스 원래 주민들은 살기 어려워져서 많이 떠나고, 또다른 문제가 생겨나니까..
정 젠트리피케이션이 심각하죠. 시위도 많이 하고.
윤 팬데믹이 완전히 끝나고 첫 베니스 비엔날레니까 더 풍성하고 사람들 기대도 많은 것 같습니다.
최 아트페어와 비엔날레 경계가 많이 모호해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정 베니스 비엔날레 후광 효과가 대단하죠. 비엔날레에서 주목받으면 시장에서 그림값이 달라지니까.
윤 현금 유동성이 커졌고,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으니 예술품 가격이야 점점 올라가게 되죠.
정 연계 전시 30개에 푼타델라 도가나 팔라쪼 글라시 등등 전시가 50여 개 됩니다. 아카데미아에서 드쿠닝도 열리고. 참가 작가가 총 332명 정도로 역대 가장 많아서 5~6일 정도로는 다 보지 못합니다.
김 이번에 한국 관련 연계 전시도 많죠. 전시를 다 못 본다면 오히려 한국의 30주년 기념전은 안 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아르코에서 귀국전을 하게 될 것 같으니까요(웃음).
정 지난 번에도 얘기했지만 광주비엔날레가 거기가서 전시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예요.
김 그러게요. 그 돈으로 대상작을 차곡차곡 사 모아서 비엔날레 열리지 않는 해에 아카이브 전 같은 것을 해도 좋을 것 같은데.
정 한국 30주년 기념전도 그렇습니다. 참가는 86년부터 했는데 한국관 짓기 이전의 작가는 그럼 왜 빼나요? 몇 십 억을 들여 역대 한국관 참여 작가를 데리고 갔는데 앞으로의 미래를 보여주지 않고 과거의 흘러간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큰 의미가 있나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해요.
윤 나쁜 기획일 수도 있고 좋은 기획일 수도 있는데,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한국에 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때에 맞춰서, 이걸 기회로 삼아서 과거로부터 현재까지의 한국미술을 소개하려고 한 거라고 생각할 수 있을 거 같네요. 발상 자체는 30주년도 됐고 하니 가만히 있는 것도 좀 그렇고.
최 기획안에는 ‘K-아트의 위상을 제고’하는 것이 목적으로 들어가 있을 것 같네요.
정 문제는 문예기금도 고갈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김 하여간 요 근래 10년 이내에 미술 행사에 사용한 비용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가 아닌가 싶어요. 일반인들도 많이 간 듯하고요.
정 이에 덧붙여서, 모 원로 화가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를 하고 만든 도록에 대해 엄청나게 불만을 토로했던데, 이것도 말하고 넘어가고 싶어요.
김 이유가 어느 정도 있었던 건가요?
정 막상 도록이 나오고 나니 마음에 안 들었던 거죠. 항상 본인에 대해서 과도하게 말하고, 무슨 문화예술진흥원에서 한국미술의 미래를 위해 돌아와달라고 사정해서 미국에서 돌아왔다고 하고...작가의 역할과 큐레이터 역할이 다른 건데. 예전에야 작가들이 큐레이터를 좌지우지 했다지만 어려도 전문적인 사람들인데 존중을 해 줘야죠. 한국이 경제적으로 괜찮아지고 그림 좀 잘 팔린다고 안하무인으로 나를 떠받들어라 하고 큐레이터를 어시스턴트 대하듯하는 xxx없는 화가들이 있다는 겁니다.
윤 그런 원로들은 이제 물러나야 되죠. 어른 대접을 해 주려하거나 동정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국내 전시
김 비엔날레 기사는 엄청나게 많은데, 국내 전시 소식은 많지 않네요. 두 개의 불교 전시가 눈에 띕니다.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6.16)과 불교중앙박물관 <수보회향>(~6.30).
최 RM이 군복무 중에도 호암 전시를 갔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정 유영국 베니스 전시 기사 말미에도 무슨 ‘RM이 소장한 그림’ 뭐 이런 식으로 쓰는데 제발 좀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김 ‘이건희 기증품의 첫 공개’라거나 ‘RM이 다녀간 전시’라거나 하는 식의 소개를 많이 보게 되는데, 결국 일반인들과의 접점이 그런 정도 밖에는 아직 없는 거죠.
정 베니스 비엔날레를 아무리 많이 보러 가면 뭐하나요. 유치하게 그런 식으로 말고 진짜 좋은 전시와 좋은 작품이라고 소개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김 불교중앙박물관이나 성보박물관은 쉽게 갈 수 있고 소개하고 싶은 전시들도 많은데,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해서 좀 안타까워요.
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이 더 많은 사람들이 보러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데 좀 아쉽습니다.
김 그밖에 최만린, 김홍주 전시 등이 있고 노먼 포스터 건축전이 있고.
정 청남대에서 김환기 전 하는데 대개 사후 판화 같은 것이고 원화가 거의 없고. 지방자치단체 주관으로 하는 전시는 그런 식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요즘 뭉크 전람회 한다고 홍보 많이 하던데 그건 또 어떤 작품들이 오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김 뭉크 전시는 기획사가 따로 있는 거 아닌가요?
정 서울신문사가 주관하는 거예요. 오스트리아 큐레이터가 담당했다고는 하는데, 전세계적으로 큰 뭉크 전람회가 두 군데 있기 때문에 주요 작품이 오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진위를 선언하는 말의 무게
최 LA카운티미술관에서의 한국 작가 작품 기증전 문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요?
정 스티븐 리틀이라고, 아시아담당 부장이 직접 진품이 맞다고 설명했어요.
윤 아무리 남의 나라 낯선 화가라고 해도 도록을 보고 연구도 하고 했을 텐데 쉽게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한국에서도 어드바이스 해준 사람들이 있을 텐데요.
정 모 관장은 (진품이)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하는데 그랬는지 모르지만 사실 얘기하면 안 되는 일이죠. 재작년 10월에 이미 외신에 그 건이 보도된 걸 볼 때부터 논란이 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기증 받는데 초치는 일이 될 수 있으니 이쪽에서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하는 것이 조심스러운 일이 될 수 있죠.
윤 실제 작품을 보기 전에는 어려운 일이긴 한데, 너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정 우리나라와 외국 사람들이 위작(일 가능성이 있는 작품)을 대하는 태도에도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진품이라고 한 이후 여러 반증이 나오면 그때 가서 번복을 하는 방향으로. 우리나라는 학문적 가치보다는 경제적 가치를 많이 따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윤 일단 감정을 통해서 위작이라고 하고 나면 그 작품은 영원히 묻혀버리게 되죠. 작가의 태작이라면 연구에서 중요한 자료가 될 수도 있는 것을 제하는 위험성이 있다는 자각이 있어야 되는데. 사실 감정에서 ‘이건 진품이라 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것은 실수할 위험이 훨씬 줄어드는 선택이잖아요. 자신이 본 적이 없는 스타일이라고 무조건 아니라고 하지 말고, 만약 진작일 가능성이 있으면 물음표를 붙여 계속 논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정 진작이라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왜 진짜인지 근거를 다 대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범죄 용의자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는데, 작품에는 진작추정의 원칙도 없고, 이 작품이 죄가 없다는 걸 어떻게 증명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다는 거죠.
윤 사석에서는 진작이 아닌 거 같다, 진작이다 이야기할 수 있지만 공개된 발언으로 정리를 해야 되는 상황에서는 신중해야 됩니다. 한편으로는 또 기사 보니까 두보 시가 나왔다던가 사설 감정원의 이름으로 진품이라 주장하기도 하던데, 그건 또 어떻게 봐야할지 혼란스럽습니다.
정 국민대 물리학과에 핵물리학 기기 가지고 고려 청자 분석을 하는 교수가 있는데, 같은 시대의 청자라고 하더라도 다 다르게 데이터가 나와서 그걸로는 감정이 어렵다고 합니다.
김 도편으로 많은 데이터를 축적한다는가, 연구결과가 쌓이면 감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정 재료 비용도 많이 들고 기계를 한 번 돌리는데 몇 천 만원이 든다고 합니다. 믿을 만한 데이터가 되려면 많이 측정을 해야 될 텐데, 도자기 연대 측정하는 것이 그런 정도로 비용을 들일 의미가 있는 일인가 싶죠.
윤 감정에서 특정 작가의 작품이다 아니다를 따지기보다 좋은 작품은 값이 오르고 좀 완성도가 낮은 것은 낮게 평가되면 진위 문제가 시장에서 그렇게 예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박수근이라는 이름이 붙기만 하면 무조건 가격이 뛰는 게 문제죠. 시장에 내놓지 않는다면 또 문제가 덜 되고.
정 기증이라고 해도 미국은 세금 혜택이 또 크기 때문에...
윤 그러니까요. 돈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항상 민감하죠.
여전한 불경기의 미술시장
김 화랑미술제는 이번에 비교적 조용하게 치러진 듯합니다.
정 이번에도 역시 비싼 그림은 안 팔리고 500만원 내외의 작품들, 젊은 작가 육성한다고 하고 대작은 안 내놓고 하는 현상이 많이 보였습니다. 요즘은 리세일이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윤 전시나 미술행사에는 어느 때보다도 사람이 많은데, 미술 시장은 불경기라니 이상하네요.
최 '소유'를 결정하는 데 발생하는 부담감이 또 있잖아요. 예전에는 볼거리도 없고 작품을 계속 감상하고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강했지만 이제야 뭐 볼거리가 워낙 많기도 하고요.
정 몇 년 전만해도 화랑들이 주도해서 젊은 작가, 이머징 스타가 막 나오고 그림 값이 치솟고 했었는데 지금은 초기 금액을 높이지 않는 경향이 생기고 있습니다.
김 그렇게 따지고 보면 김용진이나 성재휴나 이런 사람들 병풍, 큰 그림도 100만원 200만원 하니....
윤 고서화의 인기가 낮고 가격이 내려가는 건 우리만 그런 건 아니고 일본이나 중국도 마찬가지예요. 미술사에 이름이 올라가 있는 서화가들 작품도 예전에 가격이 엄청났었지만 지금은 100만원 200만원에도 유찰되는 작품이 수두룩합니다.
정 올해 서울, 케이, 마이아트 모두 낙찰총액이 줄어들었어요.
윤 지난 번 서울옥션은 잘 됐잖아요. 50억짜리 김환기. 하나 큰 건이 팔리면 경매 시장은 돌아가는 거죠. 외국도 마찬가지.
정 우리 나라 고미술이 잠재력이 있고 좋은 작품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잘 연구해서 전시도 하고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중앙박물관이 너무 학술적인 기관으로서만 자리하려고 하고 역사에 치중하고, 문화재청은 다른 일에 몰두하고. 중앙박물관이 다 끌어안으려 하지말고 도자, 회화, 근대 좀 쪼개서 나눠줘야 할 때가 됐습니다. 분산시켜서 고도화 전문화시키면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봅니다.
최 일단 고미술 전시가 너무 드물어요. 고미술 상인들, 화랑들도 발전의 계기가 있어야 될 거 같고.
정 화랑들이야 돈 되는 거를 찾게 되니... 학고재 등 그나마 고미술에 관심 기울이던 곳들도 이제는 안 한 지 오래됐습니다.
윤 서점에 가 보면 일반인들이 고미술에 대해 읽을 만한 책이 거의 없어요. 고미술에 관심을 가질 만한 환경이 안 되어 있죠.
최 책이야 요즘 아무도 안 보지만, 유튜브 채널만 해도 현대, 서양미술 주제는 많아도 고미술은 많지 않아요. 앞으로 할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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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로 훼손된 조선시대 화첩, 국내 기술로 복원…7월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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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특별전시 공식 후원
한국인이 日올림픽대표 감독 맡은 셈… “韓日, 차이보다 공통점 더 많이 느껴”
엔클라우드24, 한국전업미술가협회와 '예술 AI클라우드' 구축 협약
https://www.etnews.com/20240419000313
곽훈·정연두·김홍석…K아트 '물의 도시' 물들이다
예술위 정병국 "베니스서 대한민국 미술 발전상 보여주고 싶었다“
여기 조선이야? 고구려야? … 디지털로 시공간을 건너다
https://www.mk.co.kr/article/10995148
열일곱 가지 냄새로 빚어진 도시 ‘오도라마 시티’
관람객 수 12만명·매출액 196억…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 폐막
https://www.news1.kr/articles/5390294
"'산'의 매력에 빠지실래요?"..伊 베니스에 열린 유영국 전시 포인트는
광주비엔날레, 베네치아서 30주년 기념 아카이브전
베니스 비엔날레 초청받은 '89세 전성기' 조각가 김윤신 "미술사에 남고 싶다“
곽훈 "이런 날 올 줄 몰랐지"…정병국 "베니스서 한국미술 제대로 알릴 기회“
유럽중심 미술史가 놓친 작가들 한자리에
4/20(토)
뉴질랜드 마오리족 여성작가들, 베네치아비엔날레 최고상 수상
“남자가 되게 해주세요” 부처에게 빌었던 이유 (호암 전시)
4/21(일)
청남대서 국내 미술 거장 김환기 화백 특별전
https://www.news1.kr/articles/5391657
유영국 베니스 전시 "마크로스코 같다" 호평…RM 소장품도 화제
‘미술 올림픽’ 황금사자상, 남반구 원주민 싹쓸이 [베니스 비엔날레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