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일부터 열렸던 ‘2025 화랑미술제’가 168개 화랑이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되었고, 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첫날부터 ‘완판’ 행진을 기록하며 6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는 등 미술 시장의 저력을 보여줬다는 기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런데,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미술시장에서 고가의 미술품 거래는 드물고 비교적 저렴한 미술품을 개인이 구매하는 양이 늘어나, 매출 규모는 기대에 못 미치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1분기 서울옥션 낙찰총액이 전년 대비 57% 감소하는 등 경매시장은 침체를 겪었는데, 젊은 작가의 저렴한 작품이 인기를 끄는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엑스포 시카고나 필립스옥션 런던 경매 등에서 한국 화랑과 작가들에 대한 반응이 고무적이라고 하니 기대를 걸어볼 수 있겠습니다. 
추정가를 훌쩍 뛰어넘어 낙찰된 안중근의 '녹죽'은 LS가의 구여사가 구입한 것으로 보도되었습니다. 공공기관에 기탁해 연구, 전시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월에 이어 다양한 분야의 미술 전시가 열려 봄과 함께 예술을 즐기려는 관객들을 끌고 있습니다. 호암의 겸재 정선 특별전 오픈과 함께 홍라희 관장이 복귀하기도 했고, 20세기 한국 작가들에 대한 탐구가 다양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 같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의 초현실주의 특별전, 현대화랑의 55주년 기념전, 그리고 5월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과 과천관의 상설전 등이 근현대의 작가들을 다루게 되고, 임세택(서울미술관 설립자), 석난희 등의 인물이 기획전으로 다시금 주목받을 듯합니다. 창원시립미술관, 원주시립미술관 등 지방 공공미술관 건립이 속도를 내고 있는 듯하고, 국내 최초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이 드디어 5월 개관을 앞두고 있기도 합니다. 봄을 맞아 동시대 작가들의 전시도 활발한 와중에 현대미술가 강서경 이화여대 교수의 별세 소식이 전해져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호암 뿐만 아니라 서울 겸재정선미술관에서도 겸재의 산수를 다루고 있어 깊이 있게 조선 후기의 산수화를 들여다볼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간송미술관에서 부채 그림 전시가 열리고 있고, 곧이어 대구간송미술관에서도 첫 기획전시로 화조 그림을 내보인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조선통신사 유산 특별전 등도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평창의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이 전관 개관해 공개하는 특별전도 궁금합니다.

과거에 비해 미술 뿐 아니라 예술계 전체에서 국가의 정책이 점점 그 영향력이 커져가는 느낌입니다. 예술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권력과 자본을 가진 세력의 지원이 필수적인데, 개인이나 기업의 역할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부 보조금 의존, 작품과 상품의 경계 해체, 자생력 강화 필요성 등 미술계 구조적 문제와 개선 요구가 제기된다는 기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한국계 캐나다 작가 제이디 차가 영국 터너상 후보에 오르는 등 글로벌 미술계에서 한국계 작가들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사람들이 비슷한 것을 먹고, 즐기고, 경험하는 세상이 될수록, 나와 내 뿌리를 깊게 탐구할 때 결실을 얻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경기침체 속에서 미술계의 자생력과 미래 전략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한 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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