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한 뼘 남짓의 분청사기 술병. 귀얄로 백토를 칠한 위에 철화로 식물의 잎과 줄기를 그린 두 개의 병인데, 하나는 인삼잎이라고 부르는 삼엽이 뚜렷하고, 다른 하나는 선으로만 줄기와 넝쿨을 표현한 문양이다. 윗부분은 백토로 칠해졌지만 아래 부분은 짙은 암록색의 태토가 드러난다. 풀 무늬 아래위로 구획선...
둥글고 큰 눈, 바짝 올라간 귀, 고양이인가 싶은 동물이 목에 방울을 달고 꼿꼿하고 요염한 포즈로 앉아 있고, 접근하는 강아지 한 마리가 보인다. 상단의 제에는 애무(愛撫)라 적혀 있어 뭔가 다정한 로맨스를 품은 그림인가 싶은데, 무술년(1958년) 추계선생 회갑을 위해 그린 그림이라 써 있으니 이 또한...
龍乕(虎)之雄勢 豈作蚓描之熊용과 호랑이의 웅장한 형세가 어찌 지렁이와 고양이 따위의 자태를 일삼으랴庚戌三月 於旅順獄中 大韓國人安重根書경술년(1910년) 3월 뤼순 감옥에서. 대한국인 안중근 쓰다.안중근은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 잠입, 조선통감부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했다. 러시아군에...
제주 유배시절 추사 김정희가 그린 난초 중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 아들 상우에게 그려서 보여주었다고 해서 '시우란示佑蘭'이라고 불리는 이 묵란도가 지난 주 경매장에 등장해 7억 4천만 원에 새로운 주인에게 돌아갔다. 김정희(1786-1856) 종이에 먹, 22.8×85cm제 50회 마이아트옥션(20...
지난 14일 타계한 박서보 작가의 2017년작 8호 크기의 묘법 한 점이 24일 서울옥션의 메이저경매에서 낙찰됐다. 연필로 무수히 선을 긋는 초기의 묘법 시대(1967∼1989) 이후에는 한지를 풀고 물감에 개어 캔버스 화폭에 붙이고 바르는 방식으로 작업하여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 냈다. 2000년대 이후...
화분에 담긴 난 한 포기를 그린 분란도(盆蘭圖). 여느 묵란보다 현대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제시의 글자가 난초 잎의 흐름과 어우러져 문기를 지향한다. 농담의 강한 대비, 빠른 필치가 느껴지는 이 묵란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져 있다. 至今究竟無知己 여태껏 살펴봐도 나를 알아주는 이 없어打破烏盆更入山 ...
정교하게 그림이 그려진 매우 희귀한 영락제 때(1403-1435)의 백자청화 접시. 거의 같은 형태의 접시가 퍼시벌 데이비드 컬렉션 등 개인 소장 및 박물관 소장으로 전해지고 있다. 상하이 은행가이자 사업가 컬렉터인 제리 추(1921-2008)와 릴리아 저우(1919-1995) 부부의 소장품. 제리 추는...
시문이 적힌 분청사기병과 백자 접시, 그리고 백자잔탁이 일괄로 경매에 등장해 10억 3천만원에 낙찰됐다. 옥션 측의 해설에 의하면 15~16세기에 제작된 분청사기와 백자와의 관계를 알 수 있는 작품으로, 분청사기병의 벌어진 입, 부드럽고 양감있는 형태가 같은 시기 백자 병에서도 발견된다. 병 표면은 귀얄...
이번 칸옥션 미술품경매는 일본 통신사의 활동을 주제로한 출품작들과 근대 문인들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것이 많이 출품됐다, 문학사상과 관련된 그림, 시화 등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중 마산에서 활동하던 화가 강신석(1916~1994)의 그림에 김춘수(1922~2004)가 자필로 쓴 시를 덧붙인 1978년 ...
감, 사과, 파이프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 약간은 어색하게 주인공 자리를 차지한 작은 백자단지. 작은 화폭에 단순한 구성의 도상봉 정물 소품이 삼천 만원이 넘는 가격에 낙찰되면서 미술 경매시장에서 스테디셀러로의 자존심을 지켰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일상의 물건이었던 백자의 아름다움이 재발견되던 시절, 집착...
아름다운 여인의 프로파일. 고요한 분위기와 화사한 색점으로 구성되는 화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박항률(b.1950)의 도상과 소재는 명확하지 않은 희뿌연 표현으로 인해 사색의 공간이 된다. 이라는 이름의 작품 속에는 저고리와 치마를 단정히 입고 땋은머리를 한 소녀(사촌누이)가 고개를 살짝 숙이고 눈은 내...
뚜껑을 포함한 몸 전체에 세밀한 청화로 산수를 그린 백자 주자이다. 물가에 홀로 떠 있는 배, 겹겹으로 둘러싸인 언덕, 골짜기를 따라 옹기종기 자리한 초가가 파노라마처럼 표면을 메우고 있다. 전반적으로 담청색을 머금도록 유약을 발라 구웠고, 굽은 안으로 깊이 파여 있다. 그림도 좋지만 무엇보다 손잡이 윗...
감로는 부처님의 가르침 또는 은덕을 가리키는 말. 감로도는 죽은 사람의 극락왕생과 성불을 기원하기 위한 의식을 치를 때 내걸거나 극락전 같은 곳에 걸어 놓는 그림을 가리킨다. 그래서 감로도에는 죽은 사람을 극락으로 인도하는 여래의 모습과 함께 아래쪽에 죽은 사람이 살아 있을 때 생활한 모습이나 죽은 뒤에...
1922년 조선미술전람회가 시작됐을 때 해강 김규진(1868-1933)은 서예와 사군자부의 심사위원을 맡았다(1, 2, 3, 4, 5, 6, 8, 9회 심사위원). 청나라 유학 경험으로 호방한 필치를 드러내는 각종 서법에 능했고, 그 필력이 그대로 나타나는 묵죽과 묵란에서 독자적인 경지를 이뤘다는 찬사를...
조선 백자를 대표하는 것은 무엇일까? 개인의 취향에 따라 의견이 분분할 수는 있겠지만 백자 중에서 용준(龍樽)이 최상위권을 다툴 것은 분명하다. 청화로 그린 용준은 조선 초기부터 왕조의 마지막까지 그 골격을 유지하면서 만들어졌던 ‘센터’같은 존재다. ‘백자청화오조룡문호’라는 이름으로 경매에 등장했던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