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옥션에 출품된 가로 4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석란도 일지병풍은 이번에 최초로 공개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낙관에 따르면 그가 55세이던 1876년 운현궁에 머문 시기에 그린 것이다.'光緖二年丙子閏夏 老石寫于壽酌樓'광서2년 병자년 윤달인 여름, ‘노석’이 수작루에서 그렸다는 것으로, 1876년...
인상이 사나운 한 인물이 범상치 않은 눈빛의 멋진 말을 데리고 서 있다. 섬세한 필치로 근육의 중량감과 표정을 솜씨좋게 다뤘다. 족자 뒷면에 부착된 종이에 공재(恭齋) 윤두서(尹斗緖, 1668-1715)의 9세손인 윤정현(尹定鉉, 1882-1950)의 글이 있는데, 이 그림을 윤두서 할아버지의 그림으로 ...
곽자의는 중국 역사상 손꼽힐 정도로 많은 복을 누린 사람이다. 안록산의 난 같은 국가적 위기에서 공을 세우는 등의 큼직한 업적으로 명예와 권력을 누렸고, 85세까지 건강하게 살았고, 아들 여덟 명, 사위 일곱명도 모두 높은 벼슬에 올랐고, 손주들이 바글바글한 가운데 자손들도 잘 되는 등 세속적으로 누릴 ...
백자에 대한 한국인들의 애착은 연구 대상이 아닐까 싶다. 백자 안에 가장 농후한 민족 정서가 깃들어 있어서(최순우)일까? 사실 근대 이전의 백자는 공예의 양쪽 용도 중 실용성에 더 방점이 찍혀 있었을 것인데, 김환기 같은 예술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백자를 예술로 끌어올린 면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도상봉...
《고요한 아침의 나라 조선Choson, the Land of the Morning Calm》(1885)을 쓴 미국인 퍼시벌 로웰(Percival Lowell, 1855–1916)은 공식적으로 사진기를 들고 우리나라에 들어온 최초의 외국인이었다. 그가 남긴 사진 중에서 영의정 홍순목(1816-1884)의 ...
2025년 9월 16일 크리스티 뉴욕의 Japanese and Korean Art 라이브 옥션 중 219점의 출품작 대부분이 일본미술품이다. 한국미술은 고려와 통일신라 불상, 청화백자 등 외에 18세기 화가 이명기, 19세기 화가 양기훈, 20세기 화가 김환기가 한 점씩 포함되었다. 양기훈 비단에 먹...
책상 앞에 걸어두고 눈 쉴 때마다 바라볼 작은 그림들을 준비해 두는 마음은, 스마트워치의 화면을 교체해 매일 다른 시계를 차는 느낌을 얻고자 하는 마음과 비슷한 것일까. 출품된 소품은, 세로로 긴 벽걸이 장식용 나무틀에 규격화된 10개의 그림판을 바꿔 끼워 넣도록 한 세트로 구성되어 있어서 소소한 감상용...
한반도의 전통 산수화는 사진이나 일본화, 서양화 같은 새로운 미술이 유입될 때 충격에 가까운 진동이 있었을 것이다. 산수화가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관념적인 면이 이러한 외부 충격에 반응을 보이는 양상, 사실성을 추구하면서도 전통 산수화의 경계선을 넘지 않고자 했던 의도 같은 것들이 20세기 전반의 근대...
운보(雲甫) 김기창(金基昶, 1913~2001)은 일제강점기 일본 군국주의를 찬양하는 적극적 작업활동을 한 친일작가라는 분명한 오점이 있으나, 한국의 전통 회화를 더 깊이, 더 넓게 확장시킨, 거장의 한 자리를 차지해야 하는 화가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근대 동양화의 명맥을 잇고 본인만의 독창적 작품세계와...
상상의 동물 봉황, 수컷은 봉(鳳) 암컷은 황(凰)이다. 중국의 오래된 사전 『설문해자(說文解字)』에 따르면, ‘봉은 신조(神鳥)이며 생김새는 기러기의 앞과 기린의 뒤, 뱀의 목과 물고기의 꼬리, 황새의 머리와 원앙의 뺨, 용의 무늬와 호랑이의 등, 제비의 턱과 닭의 부리, 날개가 오색’이라고 한다. 동...
2025년의 한가운데 열린 메이저 경매의 옛 그림 중 김덕형(金德亨, 1750년경~?)의 라는 타이틀로 공개된 작품이 있다. 꽃과 풀, 나뭇가지가 뻗어 있는 위로 새 한 마리가 고개를 꺾어 내려다보는 평범하다면 평범한 화조도인데, 김덕형의 작품이라면 다시 한 번 눈길을 줄 만하다. 누군가 화첩으로 묶었던...
장승업의 제자로 중국풍의 관념산수를 많이 남겼던 심전(心田) 안중식(安中植, 1861-1919)의 담백하면서도 화려한, 크기가 꽤 큰 기러기와 갈대 그림이 경매에 등장했다. 즐겨쓰던 청록 등의 색채는 배제했고, 세로로 길지만 폭이 넓은 큰 화면 중앙에 거위같이 두리두리한 흰 기러기 두 마리 사이에 서서 ...
『근역서화징』에는 ‘산수를 잘 그렸다’, 『석농화원』에는 ‘김두량보다 화풍이 더 낫다고들 한다’라고 평가기록된 경암(鏡巖) 김익주(金翊胄, 1684-1739이후)의 고사인물도 작은 그림 한 점이 지난 5월말의 경매에서 3,800만원에 낙찰됐다. 1668년생인 윤두서보다 16살 어리고 1696년생인 김두량...
다리 위에서 달을 감상하고 있는 한 노인의 모습. 이 사람은 중국 송나라 때 소옹(邵雍, 1011-1077)이라는 사람이다. 해당 고사는 '천진두견(天津杜鵑)' 또는 천진문견(天津聞鵑)'이라고 해서, 점 치기를 잘 하던 안락선생 소옹이 천진교를 지나가다 두견새 소리를 듣고, "2년 내에 남방의 선비가 들...
흙으로 빚어 구운 고구려의 보살상 두 점이 경매시장에 등장해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높이가 18cm가 조금 안 되는 작은 크기로 앞쪽에서 보면 입체 조각이지만 뒷면은 판판해 반 부조 형식의 입상이다. 이 불상과 동일한 형태의 보살상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데, 이것은 평안남도 평원군에 있는 원오리...